위기의 건설업계 “기본 되찾자”

조은아 기자

입력 2016-01-05 03:00 수정 2016-01-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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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업무 첫날 CEO ‘난관극복’ 역설

건설사 수장(首長)들이 연초부터 ‘위기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중동의 정세 불안과 저유가, 주택 공급 과잉 우려 등의 국내외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전략을 가다듬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 정신’, ‘롯데의 혼(魂)’ 등 기업 문화와 창립 정신 등을 위기 극복의 키워드로 제시하거나 예년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으로 경영난 돌파를 위한 카드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

4일 국내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에 따르면 올해 건설사 CEO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핵심 과제는 ‘재무 건전성 강화’다. 최근 신년사를 내놓은 건설사 CEO 8명 중 5명이 사업 리스크를 분석하고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등 재무 건전성을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사업추진 초기부터 고도화된 리스크 분석을 통해 (재무적으로) 변동성이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의 황태현 사장도 “프로젝트의 자금 수지를 철저히 관리하고 현금 흐름 개선을 경영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창립 당시의 정신과 기업 문화를 위기 극복의 키워드로 제시한 것도 올해 건설업계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우리만의 독특하고 자랑스러운 ‘현대 문화’, ‘현대 정신’이 생명력을 잃고 있는 현장을 왕왕 보게 된다”며 “혼과 정신이 살아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올해를 ‘네오-현대 정신’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롯데건설인의 혼을 담자’는 경영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 사장은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 비즈니스”라며 “혼을 담아 열과 성을 다하면 못 이룰 게 없으니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어 해결하고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영 전문가들은 기업이 위기 속에서 사업 방향을 바꿀 때 조직 문화가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사업 방침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직원들과 공유해 실천하려면 소통과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예전의 관행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져 회사의 비즈니스도 사업 파트너와의 네트워크 구축, 전략적 영업, 기술개발 등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런 변화를 직원 모두가 이해하고 체화하기 위해 ‘소통의 문화’를 되살릴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의 최치훈 사장은 “고객, 파트너 등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 패션 등 이질적인 사업이 한 지붕 아래로 합쳐진 만큼 직원들에게 융화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CEO들은 급변하는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예년보다 더 구체화된 신사업 계획을 신년사에 담았다. 최광철·조기행 SK건설 사장은 “개발사업을 확대하고 수주를 반복하는 대형 고객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할 것”이라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지역 마케팅센터를 중심으로 마케팅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부동산 금융업 진출을 선언했다. 그는 “위기는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으니 그룹사들과 협업해 확장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대우건설의 박 사장은 “저유가 장기화와 중국 및 인도 건설사들의 약진으로 기존 프로젝트만으로 회사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특히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금융, 기획 등 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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