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베팅맨’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정임수기자 , 주애진기자

입력 2015-12-25 03:00 수정 2015-12-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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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에 미래에셋… 자본 8兆 공룡 탄생 예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57)이 또다시 한국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 미래에셋이 24일 ‘대우증권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전례가 없던 자기자본 약 8조 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가 출범하게 됐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1997년 미래에셋을 창업한 박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만들겠다”며 “좋은 상품을 많이 제공해 한국인의 노후에 기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자본금 8조 원 증권사 탄생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 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 미래에셋은 앞서 본입찰에서 2조4500억 원가량을 제시해 경쟁자인 한국투자증권, KB금융지주,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미래에셋을 선정했다”며 “가격이 가장 큰 결정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를 마무리하면 덩치 면에서 독보적인 국내 1위 증권사로 올라선다. 올해 9월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 통합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7조8588억 원으로 2위로 밀려나는 NH투자증권(4조6044억 원)과 3위인 삼성증권(3조6286억 원)을 넉넉히 압도한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자산운용과 해외투자에 강점을 가진 미래에셋에 대우증권이 결합하면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내 IB 분야 선두권을 달리는 대우증권은 국내 최대 규모인 102개 점포를 기반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서도 독보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


○ “아시아 간판 IB 되겠다”

박 회장은 이런 대우증권의 강점과 미래에셋의 노하우를 결합해 글로벌 IB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박 회장은 2007년 자서전에서 “미래에셋을 아시아 1위의 금융투자회사로 키워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인생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박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글로벌 IB로 나가려는 미래에셋의 진정성을 알아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국경제가 역동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제 8조 원대 증권사가 탄생하게 됐으니 해외 IB와 경쟁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아시아 최대 IB는 일본 노무라로 자기자본이 24조 원대다.

광주일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1986년 동양증권에 입사하자마자 눈에 띄는 실적으로 45일 만에 대리가 됐다. 33세이던 1991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서 최연소 지점장으로 전국 주식약정 1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박 회장은 1998년 최현만 동원증권 서초지점장(현 미래에셋 수석부회장) 등 8명의 ‘박현주 사단’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세운 뒤 자신의 이름을 내건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선보였다. 이후 1999년 미래에셋증권을 만들고 2005년에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설립해 투자전문그룹으로 도약했다.

○ 넘어야 할 산 많아

하지만 박 회장의 이런 공격적인 경영이 부메랑으로 날아온 일도 적지 않았다. 또 운용업계 1, 2위를 다투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달리 미래에셋증권은 장기간 성장이 정체돼 있다.

이번 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해서도 미래에셋이 써낸 입찰가격 2조4500억 원이 과도해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미래에셋의 인수를 반대하는 대우증권 노조는 다음 달 조합원 투표를 거쳐 총파업까지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합병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기존의 대우증권 조직은 미래에셋에 흡수되지만 ‘대우’라는 이름은 명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이 워낙 좋은 브랜드”라며 “합병 증권사의 이름을 ‘미래에셋대우증권’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970년 동양증권으로 출발해 1973년 대우그룹에 인수된 대우증권은 1999년 ‘대우 사태’를 거쳐 최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대우 브랜드를 이어왔다.

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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