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주택대출 규제 신중해야 하는 이유

동아일보

입력 2015-12-14 03:00 수정 2015-1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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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미국이 이번 주에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국내에서 아파트 과잉 공급 우려가 제기되면서 내년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높다. 어려운 거시경제 여건에서도 빠른 회복세를 보여 온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내년 주택 시장의 수급 상황을 살펴보자. 올해 주택 수요 회복을 이끈 전세 등의 매매 전환 수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수도권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서울을 중심으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철거되는 주택도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 철거될 아파트가 많아 강남발(發) 전세금 상승이 수도권 각지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6년에도 매매 수요를 지속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은 주택 시장의 불안요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장에 명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일부 투자 수요의 시장 이탈이 예상된다. 다만 내년도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내 금리가 오르는 시점은 하반기(7∼12월) 이후일 가능성이 크고 상승폭도 제한적일 것이다. 인기 주거지역의 신규 분양 시장에는 내년에도 수요가 몰릴 것이다.

공급 상황은 시장의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올해 주택 신규 인허가 물량은 70만 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1988년 주택 200만 채 공급계획 발표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아파트 분양 물량도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에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경기 둔화로 분양을 미뤄왔던 건설사들이 올해 한꺼번에 분양에 나선 것이다.

다만 올해 분양된 주택이 완공되는 데에는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 하반기부터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증가하겠지만 내년 입주 물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따라서 올해 공급 급증에 따른 하방 압력은 몇 년 전부터 공급량이 많았던 지방에서 먼저 나타날 것이다.

내년 상황을 종합하면 투자 수요가 일부 약화되는 반면 공급은 지속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주택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급변하는 금융 정책은 급증하는 공급만큼이나 우려스럽다.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 강화, 7·22 대책의 원금 분할상환 유도 및 ‘스트레스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등과 같은 부동산 시장 규제가 주택 시장을 급격히 위축시킬 수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 정책이 주택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면서 금융 규제가 강화되거나 완화될 때마다 관련 시장이 출렁였다.

최근에는 저금리 기조로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게 공급되면서 주택 경기가 호조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주택 경기의 활황세를 차단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투자 수요뿐 아니라 전세를 살다가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의 구매력도 약화시킨다.

주택 시장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부동산 시장 침체는 민간소비 위축과 건설투자 급감, 이로 이한 거시경제 전반의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할 과제다. 2016년 부동산 경기는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되는 ‘상고하저’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규제 강화 등의 인위적 시장 개입은 주택 경기를 급랭시킬 수 있다. 내년 주택금융 정책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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