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달러 ‘저탄소 시장’ 열려… 에너지신산업으로 돌파해야”

김재영기자

입력 2015-12-03 03:00 수정 2015-12-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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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기후체제 대응’ 전문가 좌담회

2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 육성해 새 기후체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재훈 LS산전 사장, 김시호 한국전력 부사장, 신규식 KT 부사장, 김희집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온실가스 감축은 한국 경제에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 육성해 새 기후체제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2020년 이후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논의하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가 지난달 30일부터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국인 한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배출량(BAU) 대비 37%를 줄이겠다는 쉽지 않은 목표를 제시했다.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아일보는 파리 총회 개막에 맞춰 2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김희집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의 사회로 정부, 산업계, 학계 전문가가 참석한 좌담회를 열고 새 기후체제의 대응 수단으로 에너지 신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저탄소 경제에서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적극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파리 총회 이후 출범하게 될 새 기후체제는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주력산업인 한국 경제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며 “탄소경제 체제에서는 경제적 비용에 의해 경쟁력이 결정됐지만 저탄소경제 체제에서는 환경 비용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을 누가 적게 쓰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되기 때문에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과정에서 에너지 신산업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새 기후체제 이행에 따라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2조3000억 달러(약 1경4000조 원)의 대규모 투자가 예상된다”며 “현재 한국 경제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는 새로운 먹을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시호 한국전력 부사장은 “발전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양이 전체의 38%에 이른다”며 “에너지 패러다임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신재생에너지, 고효율 에너지 설비,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해 조기에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3일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를 100만 대 이상 보급하고, 가정과 기업이 소규모 태양광 설비를 직접 가동해 판매하는 에너지 프로슈머(생산자+소비자) 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문 차관은 “앞으로 5년간 기업들이 이 분야에 20조 원을 투자하면 에너지 신산업 시장이 2030년까지 10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신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문 차관은 “한국 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토대로 충분히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활용해 다양한 실적 경험을 확보하고, 연관 산업으로도 확산되도록 대규모 공공수요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한재훈 LS산전 사장은 “아직 수익 모델이 불분명한 만큼 정부가 초기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지원하고 규제와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전력저장장치를 비상발전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방법, 건축법 등 많은 규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시호 부사장은 “민간기업은 투자 리스크가 높은 시장 형성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가 곤란하기 때문에 공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전은 전력과 ICT를 융합한 다양한 에너지 신산업 발굴이 가능하며, 2020년까지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 1조5800억 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규식 KT 부사장은 “일본이 에너지 신산업 민관 합동 추진기구를 운영하는 것처럼 우리도 긴밀한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며 “민간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 전기요금 체계 개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등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유지하는 현재의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박주헌 원장은 “결국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하는데 수익성이 없으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없다”며 “점차 에너지 가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국민들에게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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