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고객 마음 훔친 ‘소도둑’… 언양불고기로 연매출 30억

최윤호기자

입력 2015-11-30 03:00 수정 2015-1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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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구락부 언양불고기

“나는 왜 되는 일이 없지?” 수도 없이 주저앉고 싶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거짓이 된 세상에서 ‘흙수저’로 태어난 청년에게 세상의 문턱은 높았다. 공연기획과 주류업 등 잘나가던 사업이 한순간에 실패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삶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마다 청년은 ‘오늘 흘린 피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며 불굴의 의지를 다졌다. 포기하지 않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이를 악물고 문을 두드렸다.

2002년 12월, 독기를 품은 청년은 울산 울주군 언양읍으로 무작정 내려왔다. 당시 그의 주머니에 있던 것은 단돈 7000원. 이후 막노동부터 대리운전, 우유배달, 새벽시장 배달, 화물차 운전까지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 다섯 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앞만 보며 달려온 지 10여 년, 상황은 역전됐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종잣돈으로 자그마한 가게를 얻었고 지금은 연매출 30억 원을 올리는 소문난 한식당의 대표가 됐다.

언양불고기 번영회 사무국장 겸 ‘갈비구락부 한우불고기’ 대표인 강병원 씨 이야기다. 일용직 노동자에서 잘나가는 한식당 오너로 거듭나기까지, 그가 걸어온 삶은 파란만장했다.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강 씨는 지금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투 잡, 스리 잡을 마다하지 않는 억척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언양읍은 불고기로 유명한 곳이다. 2006년 최초로 먹을거리 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강 씨는 이곳에서 ‘소도둑’으로 불린다. 음식에 대한 정직한 마음이 손님들에게도 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별명이다.

“나를 찾아온 손님들의 마음을 훔치고 싶은 욕심에 최선을 다했더니 이런 마음을 고객들이 먼저 알아주더군요. 금수저로 태어나진 않았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빛깔 고운 도자기 수저는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또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 이 두 가지를 업무 시작과 동시에 계속 되뇌는 것 같아요.”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표현이다.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남들만큼은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 새로운 성과물을 만든다는 생각. 그 출발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을 주고 얻은 15평의 가게를 250평 규모의 매장으로 성장시켰고 언양한우직판장을 통해 전국으로 ‘소도둑의 언양불고기’를 알리는 등 업계에서 ‘살아 있는 신화’가 됐다. 남들은 그를 성공한 언양불고기 관련 외식기업의 대표로만 보지만 아직까지 새벽 아르바이트를 이어 나가고 있다는 강 대표는 중소기업청 등을 통해 성공 스토리 강연을 하고 있다. 세상과 제대로 맞붙어 승리를 쟁취한 그는 지금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언양불고기를 통해 울산을 신(新)문화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고, 나아가 한국 음식의 글로벌화를 이룰 수 있도록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의 사연이 알려져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방송되기도 했는데 소상공인들에게 성공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가고 있다.

앞으로 10년 뒤, 그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강 씨는 독을 품었던 초심을 잊지 않고 긴 호흡으로 멀리 가겠다고 했다. “저의 가장 큰 장점은 성실하다는 겁니다. 골프가 뭔지도 모르고 여행을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살았지만 지나온 10년을 허투루 살지 않고 남들이 사는 20년 이상의 각오와 노력으로 뛰었어요. 오늘까지 단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지만 제 가족에게 떳떳하고 400만 소상공인과 외식업 종사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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