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의 놀라운 변신…기업-농촌 상생협력 우리농가 웃음꽃

김민식 기자

입력 2015-11-27 03:00 수정 2015-11-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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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농업 농촌업그레이드]
스타벅스 ‘우리나라 옥.고.감’ 출시 반년 만에 ‘돌풍’
대기업-영농법인 상생협약,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 실현
농식품부, 6차산업화 통한 농식품 맞춤형 지원 강화 주효



《기업과 농가의 상생 속에 농가 소득이 늘고 있다. 농가 소득의 증대와 일자리 증가는 실질적인 농촌의 교육, 의료, 복지 등 생활 전반의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기획한 농업 6차산업화가 주효했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농수축산업), 2차 산업(제조업), 3차 산업(서비스·문화·관광업 등)을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한다.

6차산업지원센터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46곳의 농식품 창업지원기관이 나선 6차산업화는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영농법인에 컨설팅 지원 및 대기업과의 협업 등을 통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 6차산업화 촉진을 위한 인증제도 등도 관계부처와의 협조를 통해 대폭 개선했다. 체험마을 육성을 위한 야영장을 설치하고, 소규모 영농법인의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을 완화했다. 그 결과 체험마을 방문객은 올해 8월 기준 78만 명으로 전년 대비 11.4%나 증가했다. 또한 73개 농산물 제품이 새로 만들어져 네이버쇼핑몰을 비롯한 로컬푸드 직매장 33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6차산업 정책을 통한 우리 농촌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보자. 》

커피전문점에서 옥수수 고구마를?

대학생 이영선 씨(24)는 지난해 한 커피전문점에서 출시한 건강간식 ‘옥(옥수수).고(고구마).감(감자)’ 마니아다. 그는 일주일에 꼭 3일 이상 학교 근처 이 매장을 찾아 ‘옥.고.감’을 먹는다. 이 씨는 “공강 때와 같이 시간이 애매할 때 끼니를 때우기 좋고, 건강에도 좋은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 ‘일석이조’”라면서 “앞으로도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이 많이 출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옥수수와 고구마, 감자가 해외 유명 커피전문점의 히트상품으로 탈바꿈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국산 농산물 생산 감소를 대비한 민관 상생협력의 결과다. 올해 1월말 스타벅스코리아가 출시한 ‘옥.고.감’은 우리 땅에서 자란 옥수수·고구마·감자를 공수해 오븐에서 데워 즉석에서 찐 것 같은 맛을 내는 간식이다.

사실 스타벅스가 우리 농산물과의 상생을 시도한 지는 꽤 오래됐다. 2007년 스타벅스는 ‘경기미(米)’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경기도와 한국 전통음식연구소, 농협과 ‘떡 산업 육성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안성떡방’으로부터 떡을 공급받아 같은 해 4월 2개 매장에서 2종류의 떡을 선보였고, 이듬해 50개 매장으로 확대 판매했다.


2009년 5월 스타벅스는 웰빙 먹거리와 친환경 쌀 과자를 제조·판매하는 ‘미듬영농조합법인’과 손을 잡으면서 또다른 돌파구를 찾았다. 간식 메뉴로 쌀과자(라이스 칩)를 선보인 것. 뻥튀기 형태의 라이스 칩을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쌀강정 형태의 라이스 바를 판매했으며, 배 사과 옥수수 고구마 감자 등 9개 품목으로 확대해 판매하고 있다.

처음에는 100개 매장에서 판매됐지만, 올해 현재 760개 매장에서 우리 농산물로 만든 다양한 품목 및 형태의 웰빙 간식을 판매하고 있다. 다이어트 및 웰빙 열풍과 함께 소비자들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 ‘우리나라 옥.고.감’이 출시됐을 때, 매출이 예상 대비 2배를 웃돌았을 정도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올 7월에는 국내산 식재료로 만든 반숙 달걀, 연두부, 스트링 치즈로 구성된 로컬 푸드 시리즈 2탄 ‘단.백.질’도 출시했다. 이 푸드는 충남지역의 양계장에서 공급되는 달걀, 충북 청주 소재의 목장에서 생산되는 치즈, 그리고 국내산 콩으로 만든 두부로 만들었다.

3월 스타벅스는 경기도, 미듬영농조합법인과 손을 잡고 우리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자원 재활용’을 위해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옥.고.감’, ‘리얼후르츠 사과’, ‘리얼 후르츠 배’, ‘블랙빈 라이스 바’, ‘라이스 칩’ 등 경기 농산물을 원재료로 만든 5개 푸드의 경우 개당 100원씩 1억 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 기금으로 20t의 커피 찌꺼기와 유기물을 1대 9의 비율로 섞은 1만 포대의 친환경 커피 퇴비가 제작돼 경기도 내 200여 농가(30만 평 농지)에 무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따라서 농업인은 커피박(커피 추출 후 나온 찌꺼기) 친환경 비료를 사용해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자원 재활용 및 환경 보전에도 자연스레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올 한해동안 전국 매장에서 발생한 커피 찌꺼기 예상 배출량 4600t 중 50%인 2500톤을 친환경 비료와 축산사료 및 환경에너지 소재화 사업(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연료용 펠릿 및 탄소재료 제조)으로 재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와 미듬영농조합법인과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3월 24일 ‘우리 농산물 소비촉진과 자원 재활용을 위한 3자간 상생 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우리 농산물 소비촉진과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과 농업인의 대표적인 상생 모델일 뿐 아니라 폐기되는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 환경 보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이석구 대표이사는 “우리 농산물로 만든 스타벅스 상품의 수출을 추진하고 다양한 경기도 농산품 촉진 캠페인에 동참해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을 지역사회와 함께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타벅스는 2018년까지 커피 찌꺼기 재활용률을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농가-기업 상생협력 통해 영농조합 소득 19배 ‘껑충’

대기업 상생협력을 통해 농촌 성공사례로 꼽힌 미듬영농조합은 경기 평택, 김포, 안성 등 6만6000m²(약 2만 평)의 논에 벼를 재배하는 영농조합법인이다. 이 중 특히 150곳 농가의 300ha 벼를 기업과 계약재배하고 있다. 이중 3만3000m²(약 1만 평) 논에 대해서는 유기농 인증을 획득했다. 벼 재배에 화학 비료 대신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축산농가들의 우분을 사용하며, 우분으로 부족한 성분을 보충하기 위해 유박을 함께 시비한다.

또한 친환경 농법의 일환으로 2007년부터 우렁이 농법을 사용한다. 모내기 2주 후에 1ha당 새끼 우렁이 50kg 정도를 방사하고 있다.

조합에서 가공용 쌀로 제조하고 있는 과자류는 ‘라이스칩’, ‘라이스바’ 등 50개 품목에 이른다. 또한 쌀로 만든 과자류의 경우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라이스칩’은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품목으로 개발해 스타벅스를 비롯해 항공 기내식으로도 공급되고 있다. ‘라이스바’는 쌀 이외에 견과류를 혼합해 고른 영양소 섭취가 가능하도록 개발한 제품이다.

쌀을 ‘라이스칩’ 등 과자류로 가공해 판매하는 것은 쌀로 판매할 때보다 19배가 넘는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미듬영농조합법인의 제품은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쌀 가공품 품평회’에서 3년 연속 톱10에 선정되기도 했다. 농식품부가 주최하는 ‘쌀 가공품 품평회’는 원료 쌀 함량이 30% 이상이면서 3개월 이상 시판 중인 제품을 대상으로 하며, 품질·선호도·위생 부문 등 3단계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6차산업 통한 농업 부가가치 창출

이러한 대기업·영농조합 간 제품화 개발에는 농식품부의 숨은 노력이 숨어있었다. 농수산업의 미래 성장 산업화를 위해 농식품부는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내 ‘농식품 상생협력 추진본부’를 설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농수산물 원료구매와 유통·수출·종자·ICT·6차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생협력 MOU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지원했다.

특히 6차산업을 통한 농업·농촌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힘썼다. 기업과 농업의 동반성장 및 농업인, 기업, 소비자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구축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우선 6차산업 지원센터,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46곳의 농식품 창업지원기관과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농식품 창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그 결과 6월에 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 내 ‘농식품 벤처창업지원 특화센터’를 설치하여 창업코칭, 시제품생산, 기술, 자금, 판로 등을 돕는 원스톱 창업 지원 채널을 구축하였다. 이를 통해 과자나 죽 등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시제품이 73개나 탄생했다.

인지도가 낮아 사장될 뻔한 토종장 제품의 판로도 지원했다. ‘궁골식품 영농조합법인’은 전통 장맛을 살리기 위해 가마솥에서 콩을 삶아 만든 메주를 맥반석 황토방 내 항아리에서 숙성하는 방식을 고수해 토종장맛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미비한 인지도로 인해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충남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우선 제품 포장을 개선하고, 고급 장류로 브랜딩해 갤러리아백화점에 입점시켰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 월 매출은 약 15%나 뛰었다.

또한 10월 농식품부는 ‘6차산업 제품’ BI를 개발해 소비자 인지도 제고와 함께 브랜드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아울러 지역별 특성을 살려 전국 9곳의 △영동 포도와인 △순창 장류 △하동 녹차 △횡성 한우 △서천 소곡주 △영광 찰보리 △문경 오미자 △의성 마늘 △서귀포 감귤 등을 6차산업화지구로 지정하고 공동 인프라 구축 및 규제특례를 적용해 지역특화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하고 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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