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경영은 승부욕 자극하는 레이싱” 한식 세계화 첨병으로…

최윤호기자

입력 2015-10-29 03:00 수정 2015-10-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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숍인숍 신개념 한식 레스토랑 ‘청미심’ 내달 오픈
벽제외식산업개발, 자연스러운 2세대 경영으로 점프


㈜벽제외식산업개발의 장인과 후계자들.

두 대의 자동차가 질주 경쟁을 벌인다. 한 대는 최고급 레이싱 타이어를 끼우고 100m 앞에서 출발하고 한 대는 일반 타이어로 100m 뒤에서 출발을 한다면? 이 경기의 승자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 자동차 경기를 기업에 비유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선대의 후광 속에 머무는 가업 승계 기업과 열정으로 뭉친 창업 기업의 경주. 창업 초기 기업은 도전정신과 근성으로 전력 질주를 하지만, 가업 승계 기업은 그동안의 후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승자를 가늠하기 어렵게 된다.


선대가 쌓아 놓은 단단한 토양 위에 2세대 경영인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경영 드라이브가 더해져야 비로소 1세대 경영 성과를 뛰어넘는 진정한 가업 승계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벽제갈비’로 유명한 ㈜벽제외식산업개발(www.ibjgalbi.com). 창업자인 김영환 회장이 다진 초석 위에 장남인 김태현 상무가 ‘젊은 피’를 수혈해 한식 세계화의 첨병으로 도약하며 자연스러운 2세대 연착륙을 보여 주고 있다.


글로벌화 나서 한국음식 아이콘

벽제외식산업개발은 토종 한우를 이용한 정통 갈비와 설렁탕, 전골 등으로 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발골, 등심, 갈비, 탕, 전골, 한식 등 다양한 분야의 장인이 있고, 그 맥을 이을 후계자를 양성하며 국내 한식 문화의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최고급 명품 한우 요리 전문점인 ‘벽제갈비’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봉피양’, 그리고 ‘벽제구이로’ ‘벽제샤브샤브’ ‘벽제오세요(Oseyo)’ 등의 브랜드로 국내외에 24개의 직영 매장을 갖고 있다.

벽제외식산업개발에서는 최근 본격적인 글로벌화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1986년 문을 연 이래 30년 가까이 최고급 명품 한우 요리의 명가로 자리 잡은 벽제외식산업개발이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그 중심에는 김 상무가 있다. 김 상무는 현재 ‘벽제구이로’ 동부이촌점과 대치점을 운영하며 기본기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 스물두 살에 처음으로 자신의 브랜드 ‘벽제구이로’를 운영하기 시작한 김 상무는 이후 ‘벽제오세요’와 ‘벽제샤브샤브’가 탄생하는 데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면서 벽제외식산업개발의 제2 성장기를 견인하고 있다. 김 상무는 요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벽제외식산업개발이 야심차게 준비한 신개념 레스토랑 ‘청미심(淸味心)’이 내달 오픈을 앞두고 있기 때문.


‘벽제갈비’에 ‘바(Bar)’ 접목… 한식의 세계화 초석

청미심은 한우 요리 전문점인 ‘벽제갈비’와 명품 한식 테이크 아웃 전문점인 ‘벽제오세요’를 접목한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한식 레스토랑이다. 경매 최고가 1++ 등급의 최상급 한우 등심을 벽제갈비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벽제갈비는 쉽게 접하기에는 가격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상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소위 ‘로스율’이라 불리는 버려지는 재료가 많은 탓도 있었지만, 나날이 높아져 가는 인건비가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벽제갈비처럼 최상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김 상무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고기를 구워 주지 않고 손님이 직접 구워서 먹을 수 있도록 약간의 셀프 개념을 도입해 인건비를 낮추고 이를 고객에게 환원키로 한 것이다. 벽제의 장인이 직접 두께와 결에 맞게 손질한 최상급 한우를 고객이 먹기 편하게 한 입 크기로 잘라서 제공한다. 물론 벽제갈비와 같은 품질의 최상급 한우만 쓰며, 연기와 냄새가 안 나도록 환기 시스템도 최상으로 설치했다.

청미심은 등심뿐만 아니라 안심을 비롯해 평양냉면과 설렁탕도 취급한다. 봉피양 냉면을 베이스로 하는 평양냉면은 육수는 비슷하지만 식감을 더욱 살린 면발로 특화했다.

한우와 머리고기, 사골, 잡뼈, 양지, 그리고 물만 들어가는 전통 방식을 지키면서도 품질을 고급화한 설렁탕도 식욕을 자극한다. 설렁탕은 벽제 브랜드 공통 메뉴로 값은 다소 비싸지만 일정 시간 동안 고아 낸 뽀얀 국물에 부드러운 한우 수육이 푸짐하게 담겨 있어 이미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진짜 설렁탕을 찾아보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수입육을 쓰면 냄새가 나고 한우 역시 오래 끓이게 되면 뼈에서 인 성분이 나와 체내의 칼슘을 끌고 나갑니다. 저희 벽제설렁탕은 장인의 기술로 14시간만 끓인 초벌설렁탕입니다.” 김 상무의 말이다.


포스트모던 콘셉트로 세련된 인테리어

한식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인테리어 역시 보통의 한식집과는 다르다. 청미심의 인테리어는 포스트모던 콘셉트로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움의 정수를 보여 준다. 매장 내에 테이크아웃 바를 만든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음료와 주류 바를 따로 두고 생맥주, 칵테일 등 각종 주류를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와인 ‘코키지(Corkage)’도 무료로 책정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바텐더 대회 챔피언을 스태프로 영입하기도 했다.

“아직은 국민 다수에게 좋은 한식을 비싼 돈 주고 사먹는 문화가 낯선 것이 사실입니다. 청미심으로 한식의 정통성을 이어가되, 주류의 가격은 낮춰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층의 고객을 맞이할 생각입니다. 또한 서비스를 혁신하고 더욱 질을 높여 한식 세계화의 선두에 서며 외식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일, 이제는 제가 전면에 나설 겁니다.”

연세대 행정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 상무는 경영과 레이싱이 심오한 차원에서 맞물려 있다고 했다. “경영과 레이싱은 비슷한 데가 많습니다. 둘 다 승부욕을 자극하거든요. 늘 진취적이고 경쟁자를 분석해야 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경영은 레이싱과 같은 극한 스포츠입니다.”

그는 레이싱 문화가 더욱 대중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벽제의 브랜드 가치를 좀 더 전파하기 위해 봉피양 레이싱 팀을 이끌며, 각 대회 후원을 비롯해 벽제의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벽제외식산업개발은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으며, 내년에는 일본시장에도 출사표를 낼 계획이다. 벽제외식산업개발은 창업 1세대의 열정·도전정신과 2세대 경영인의 적극적인 기업가 정신을 융합한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레드오션 외식시장에서 무한질주를 계속 이어가며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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