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청년이 아이디어 하나로… 신개념 농촌체험 ‘팜핑’ 대박

박재명 기자

입력 2015-10-15 03:00 수정 2015-10-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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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산업’이 創農의 해법]<2>청년층이 말하는 성공 노하우

충북 음성의 농업법인인 ‘젊은 농부들’은 기존 농촌체험마을에 캠핑을 결합한 ‘팜핑’(농촌의 ‘farm’에 캠핑의 ‘ping’을 붙인 신조어)을 선보여 연간 2000명이 방문하는 명소로 만들었다. 사진은 체험마을 안의 캠핑장에서 청년들이 와인 파티를 벌이는 모습.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사를 지어 수확(1차산업)을 한 생산물을 토대로 가공(2차산업)과 서비스(3차산업)를 더한 6차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농업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져야 진정한 6차산업이 완성된다”며 “도시 지역에서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한 청년들이 농촌에서 창업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층의 농업 참여는 여전히 드물다. 창농(創農·창조농업 및 농촌창업) 및 귀농귀촌 가구가 지난해 4만4586가구를 넘어섰지만 이 중 30대 이하 청년층은 7743가구에 그쳤다. 이 같은 절박함에 농식품부는 최근 창농에 나서는 청년 중 300명을 선정해 최대 2년간 매달 80만 원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 창농에 나서 6차산업 사업자 인증까지 받은 청년 농업인들에게 농업 분야의 청년 성공 노하우를 들어 봤다.


○ “청년만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경북 안동의 부용농산의 한 직원이 수확한 마를 들고 서 있다. 청년 6명이 설립한 부용농산은 지난해 연매출 93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업법인 ‘젊은 농부들’의 이석무 대표(33)는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서울에서 지낸 도시 청년이다. 아버지 역시 건축업에 종사해 농촌에 별다른 연고도 없었다. 농촌 창업을 준비하기 전까지만 해도 증권투자상담사 등 취업 준비에 몰두했다. 이 대표는 “단순히 남들이 다 하는 취업을 해야 하는가 의문이 생겼다”며 “남들과 다르고 특별한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농촌 창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7년 동안 창농을 준비해 사업계획서를 썼다. 아버지를 설득해 농업인에 등록 후 농어업인 신용보증 대출을 받아 농촌 창업의 길에 다가섰다. 그렇게 선택한 작물은 블루베리. 이 대표는 “대학 시절 정보학을 전공해 사회 트렌드를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며 “참살이(웰빙)와 녹색에너지 등 사회 변화 흐름에 블루베리가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0년 다른 도시 출신 대학생들과 의기투합해 충북 음성에서 농업법인을 차리고 창농에 나섰다. 전체 매출은 지난해 1억7000만 원까지 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청년만의 아이디어를 농촌에 결합한 점이다. 젊은 농부들은 블루베리 잼과 비누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음성군 유기농 블루베리연구회에 소속된 농가 30곳의 블루베리까지 대행 판매해 주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판매 방식을 청년들이 귀농해 만들어 준 셈이다.

여기에 농촌체험마을에 캠핑을 도입했다. 연간 2000여 명이 찾는 젊은 농부들의 체험마을에는 최근 트렌드인 캠핑과 농촌체험을 결합한 소위 ‘팜핑(farmping)’ 장소가 있다. 이 단어는 이 대표가 새로 만들어낸 신조어다. 블루베리를 수확해 보는 체험에다 캠핑까지 즐길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 운영하는 젊은 농부들 카페와 체험마을을 전국 체인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사업체를 찾아오는 젊은 학생들에게 나 스스로가 청년 농사꾼의 ‘롤 모델’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나이 든 농촌에 활기 불어넣는 2세대

6차산업 사업체를 운영하는 청년 중 상당수가 농촌에 연고를 두고 있다. 가업인 농업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태 농촌에서 창업을 하는 경우다. 이 경우 점점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농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경북 안동에서 마를 재배하는 ‘부용농산’이다. 유화성 대표(32)를 포함한 6명의 조합원은 2004년 법인을 만들었다. 평균연령 35세인 이들은 고향인 안동이 100여 년 전부터 마 주산지로 유명하다는 점에 착안해 마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고 상품화하는 것을 목표로 영농조합을 만들었다. 농사만 짓던 단계를 벗어나 2009년 가공시설을 만들고 직접 마 분말과 즙, 차 등의 2차 가공제품을 만들었다. 지난해 연매출 93억 원, 정규직 고용 인원이 47명에 달한다. 유 대표는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바뀌는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것이 젊은 농부들의 경쟁력”이라며 “여기에 어르신들의 농업 경험을 더한 것이 6차산업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기 파주에서 농업법인인 ‘디엠지플러스’를 설립한 이동훈 대표(28) 역시 비슷한 경우다. 이 대표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과 농장에 주스 제조와 체험시설 운영을 덧붙였다. 생산한 사과는 경기 고양의 한 쇼핑몰에서 직접 사과주스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베짱이 학교’라는 체험시설을 만들었다. ‘재미있는 비무장지대(DMZ)’라는 슬로건처럼 이 시설은 실제 DMZ 안에 있다. 삼엄한 경비를 거쳐 들어간 DMZ 안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실습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 대표는 “DMZ 안에서 식재료 채취와 요리를 할 수 있는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포인트”라며 “DMZ가 도시인이 쉬기에 최적인 청정지역이라는 점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삼성전자와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여러 공공기관에서도 이색적인 체험 장소로 활용한 바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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