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뽑은 고졸 IT인재, 대졸 안부럽네

곽도영기자

입력 2015-10-12 03:00 수정 2015-10-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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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 특성화高 출신 모시기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대표들이 인터넷고, 정보고 등 특성화고교의 인재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캠프에서 열린 IT 특성화고교 채용 행사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벤처·스타트업들로부터 채용 설명을 듣고 있다. 디캠프 제공
“인터넷고, 정보고 친구들 중에는 ‘개발’ 하나에만 미쳐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친구들은 웬만한 4년제 대학 컴공과(컴퓨터공학과) 출신보다 잘하죠.”

문경록 뉴지스탁 대표는 이달 초 서울 선린인터넷고 3학년 윤여현 군(18)을 개발팀에 채용했다. 문 대표가 2011년 창업한 뉴지스탁은 주식데이터분석 핀테크 기업이다. 윤 군은 졸업하기까지는 인턴 자격이지만 3개월 후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학교 수업을 안 가는 대신 뉴지스탁에서 일하는 시간을 ‘직업 현장 실습’으로 인정받는다.

전산 개발 분야를 전공한 윤 군은 대학 전산학과 3, 4학년 수준의 개발 기술을 마스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교과서에 없는 최신 프로그래밍 언어도 독학으로 익혔다. “선린인터넷고 출신이면 대학 진학도 거뜬히 할 수 있는데 왜 이곳인가”라는 질문에 윤 군은 “대학에 갔다가 자퇴한 선배들이 많다. 업계로 진출해 역량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선배들이 만족도가 훨씬 높고 행복해 보였다”고 말했다.


○ “4년제 대학 컴공과보다 낫다” 고교 人材 인기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붐을 맞아 인터넷고, 정보고 등 특성화고 학생들이 새로운 인재 풀(pool)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개발·디자인 분야에서 뛸 실무진이 필요한 스타트업 업계의 수요와 한 분야를 3년간 파고들어 전문성이 높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공급이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벤처·스타트업으로서는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에 비해 급여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다.

고교 3학년생들의 졸업이 가까워오면 벤처·스타트업 대표들과 고교 인재 간 ‘매칭’ 자리도 성황을 이룬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캠프에서 열린 정보기술(IT) 특성화고교 채용 행사에도 인턴 및 예비 신입사원을 찾으려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몰렸다. 광운전자공고, 미림정보고, 선린인터넷고 등 수도권 9개 IT 특성화고교 학생들은 12개 스타트업 채용담당자들에게 면접을 받았다. 김형기 디캠프 매니저는 “IT 고교 채용 행사를 2013년부터 열고 있는데 매년 100여 명의 학생이 찾아왔다”며 “다수의 학생이 인턴으로 채용되거나 예비 개발자, 디자이너 등 입사 예정자로 뽑힌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도 지난달 16일 우수벤처기업-특성화고 채용 박람회를 열었다. 2011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박람회에도 우수 벤처기업 50곳이 참여해 특성화고교 50여 곳, 6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지난해까지 총 388명의 학생이 165개 벤처기업에 채용됐다.


○ 전문성·기술력, 장기적인 비전으로 이어져야

숙박예약관리 서비스인 ‘자리’를 개발한 H랩스의 김지호 대표도 인터넷고 출신이다. 테크노경영과를 나온 뒤 대학에 진학했지만 결국 휴학하고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선배 창업자로서 특성화고교생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형’의 마음으로 얘기를 나눈다”며 “하나의 기술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이들과 공감하고 큰 뜻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일찍부터 전문성을 기른 것은 특성화고교 졸업자의 장점이지만 장기적인 안목 부족과 업계에 대한 낮은 이해도 등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남학생의 경우 군 복무가 장애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기업 혹은 공공기관에 비해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병역특례(현 산업기능요원) 채용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윤 군도 “취업을 선택한 이상 최소한 3년은 근무할 계획이다. 회사가 병역특례 자격을 취득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 관계자는 “특성화고교생들은 ‘취업’이라는 목적의식이 분명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회사 기여도가 높을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장기적인 채용 여건과 병역특례 등 구조적 문제도 고민해 볼 시기”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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