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어 유럽… 최태원, 에너지-반도체 ‘공격 경영’

김창덕기자

입력 2015-09-23 03:00 수정 2015-09-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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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스페인 ‘일복(ILBOC)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 준공식 하루 전날인 21일(현지 시간) 리셉션 만찬에서 호수 혼 이마스 렙솔 최고경영자(CEO)에게 은칠보화병 도자기를 선물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윤활기유 전문업체 SK루브리컨츠가 스페인 남동부 무르시아 주 항만도시 카르타헤나에 유럽 최대 규모의 윤활기유(윤활유의 원료) 공장을 세웠다. 합작 파트너는 스페인 최대 정유회사인 렙솔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준공식에 직접 참석하면서 유럽 시장 공략에도 재시동을 걸었다.


○ 유럽 최대 윤활기유 공장

SK루브리컨츠와 렙솔의 합작 법인 ‘일복(ILBOC)’은 22일(현지 시간) 스페인 카르타헤나에서 윤활기유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일복은 SK루브리컨츠와 렙솔이 7 대 3 비율로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2012년 10월부터 총 3억3000만 유로(약 4323억 원)를 투자해 지난해 9월 카르타헤나 공장을 완공했다.

이 공장은 고급 윤활기유를 연간 63만 t씩 생산하게 된다. 이로써 SK루브리컨츠의 생산능력은 울산과 인도네시아 두마이 공장을 포함해 하루 7만800배럴(연간 350만 t)에 이르게 됐다.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엑손모빌과 셸에 이은 세계 3위 윤활기유 제조업체로 도약한 것이다.

최 회장은 축사를 통해 “카르타헤나 공장 준공으로 스페인과 한국 기업 간 사상 최대 규모의 합작 사업이 성공적 결실을 맺었다”며 “SK와 렙솔이 글로벌 석유업계가 주목하는 합작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업은 두 회사 간 협력의 시작”이라고도 했다. 안토니오 브루파우 렙솔 회장은 “글로벌 석유산업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SK라는 믿음직한 파트너를 만나 도전적인 합작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카르타헤나 공장은 지난해 10월 본격 가동에 들어가 현재는 100%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생산된 윤활기유는 SK와 렙솔의 판매망을 통해 유럽 메이저 윤활유 업체들에 공급된다. SK루브리컨츠는 세계 최대의 고급 윤활기유 수요처인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카르타헤나 공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 공격적 해외 행보

이번 합작 사업은 최 회장이 직접 발로 뛰어온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의 대표적인 결실로 꼽힌다. 최 회장은 2011년 브루파우 렙솔 회장을 만나 고급 윤활기유 합작 모델을 직접 제안했다. 2008년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페르타미나와 두마이 윤활기유 공장 합작 사업을 성공시킨 자신감을 바탕으로 유럽으로 보폭을 넓힌 것이었다.

최 회장의 해외 행보는 향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스페인 일정이 끝나면 네덜란드 펠트호번에 있는 세계적인 반도체장비업체 ASML의 생산시설을 둘러볼 예정이다. 반도체 공정의 핵심 장비인 만큼 SK하이닉스의 생산라인 신규 투자를 위한 장비 공급 계약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은 이어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 3위 원유 및 석유 트레이딩 회사 트라피규라의 클로드 도팽 회장과 제러미 위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이달 말 귀국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적극적 행보를 통해 유럽에서도 에너지,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광복절 특사’ 이후 최 회장은 경영 복귀 10여 일 만인 26일 첫 해외 출장에 오르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최 회장은 당시 열흘간의 출장 기간 중 중국 장쑤(江蘇) 성 및 후베이(湖北) 성의 최고위급 인사들은 물론 홍콩의 류밍후이(劉明輝) CGH 총재, 대만의 더글러스 퉁쉬 FEG 회장,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회장, 왕원위안(王文淵) 포모사그룹 회장 등을 잇달아 만났다. SK그룹 관계자는 “SK그룹으로서는 최 회장의 경영 공백 당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글로벌 기업 및 해외 정부와의 네트워크 단절이었다”며 “최 회장 본인도 이를 가장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네트워크 회복에 가장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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