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 채소-싱싱 과일… 대형마트도 두손 든 ‘가정 배달’

백연상기자

입력 2015-09-08 03:00 수정 2015-09-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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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 살리는 내고장 전통시장]<3>울산 수암상가시장

4일 오후 울산 수암상가시장을 찾은 주부들이 야채 가게 앞에서 저녁 반찬에 쓸 채소류를 고르고 있다. 수암상가시장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인근 대형마트보다 싸게 팔고 있어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 울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아지매요, 가지 한 바구니만 주이소.”

4일 오후 울산 남구 수암로 128번길에 위치한 수암상가시장은 유모차를 끄는 젊은 새댁부터 장바구니카트를 끄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쇼핑을 즐기는 인파로 북적였다. 시장 내 점포를 누비는 이들의 손에는 각각 검은 봉투가 3, 4개씩 들려 있었다. 낮에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이 특히 발길을 멈춘 곳은 바로 채소 가게와 청과점. 주부들은 채소의 신선한 상태에 만족하며 종류별로 구입했다. 이곳에서 10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수암잡곡의 오순복 씨(56)는 “이곳 채소들은 전부 국내산이고 대형마트보다 물건의 순환이 빨라 신선하기 때문에 주부들이 많이 찾는다”며 활짝 웃었다.


○ 대형마트보다 인기 있는 비결은

울산 수암상가시장의 자랑 중 하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동네 대형마트보다 평균 30∼40%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것이다. 수암상가시장의 동문으로 나와 도보로 약 5분을 걸어가면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나온다. 시장 서문으로 나오면 비슷한 거리에 롯데마트가 있다. 위치로만 따져보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 사이에 있어 매출에 큰 타격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사정은 그 반대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공산품은 대형마트에서, 채소나 과일은 수암상가시장에서’란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대형마트에 주차를 한 후 공산품을 구매하고 그 길로 수암상가시장에서 채소나 과일을 구매하며 장보기를 마치는 경우도 있다. 오 씨는 “여기서는 햇무 한 개가 1000원인데 인근 마트에서는 이보다 조금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주민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주부 김희자 씨(52)는 “여기서는 짜장면 두 그릇 값인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면 다양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한가득 구입할 수 있다”며 “젊은 주부들도 대형마트보다 이곳을 자주 애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복숭아나 포도를 한두 박스 구입한 후 자가용이 없으면 손에 들고 집까지 걸어가기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수암상가시장에서는 이 점을 해결했다. 청과를 산 소비자들의 요청이 있으면 대형마트처럼 배달도 해준다. 30년 동안 이곳에서 청과를 판 수암청과의 박직무 씨(72)는 “과일 같은 경우 하루에 많게는 40건까지 배달을 한다”며 “남구지역은 거의 다 배달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박 씨는 “수십 년 동안 과일장사를 하면서 쌓은 소비자들과의 신뢰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저녁에는 고기 먹으러 오이소”


수암상가시장은 낮과 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곳이다. 낮에는 채소와 과일이 중심이라면 밤에는 고기가 혜성처럼 부상한다. 저녁 어스름이 지면 이곳은 고기를 먹으려는 인파로 북적인다. 수암상가시장은 일명 ‘양념집’으로 불리는 고기 판매 시스템이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다른 곳과 달리 소비자가 고기를 직접 골라 사 먹는다. 예를 들어 삼겹살이 먹고 싶다면 시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가장 맛있어 보이는 삼겹살을 파는 정육점으로 들어가 고기를 주문한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 취향에 따라 고기를 얇게 혹은 두껍게 썰어달라는 부탁도 가능하다. 정육점에서는 동그란 스티로폼 쟁반에 고기를 담아 비닐로 덮어준다.

그 후 소비자는 쟁반에 담긴 고기를 들고 시장 서문 쪽에 모여 있는 양념집으로 가면 된다. 양념집에서는 1인당 6000원 정도의 자리비를 받고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다시마, 샐러드, 파김치, 쌈류 등 기본 10가지 찬이 준비된다. 양념집인 문경숯불을 운영하는 최용기 씨(54)는 “이곳의 양념집은 전부 국산 채소와 강릉 등지에서 가져오는 국내산 참숯을 쓰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며 “국내산 숯은 한 박스에 4만 원으로 중국산(2만7000원)에 비해 값이 비싸지만 냄새가 덜 나고 고기가 잘 구워진다”고 말했다.

수암상가시장은 고기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곳이다. 소비자가 스스로 먹고 싶은 부위의 고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박모 씨(45)는 “보통 식당에서는 고기의 질을 눈으로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없고 정확히 1인분(180g)을 주는지 알 방법도 없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직접 중량을 보고 구매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양념집에서는 고기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시장에서 파는 생선회 혹은 고래고기를 직접 구입해 양념집에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암상가시장상인회 강응규 사무국장은 “회사 회식을 하거나 가족 모임을 할 경우에 입맛이 서로 다를 수 있다”며 “이곳에서는 고기, 생선회, 고래고기까지 다양한 음식을 종류별로 한곳에서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울산=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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