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넘어 명품 농산물 경쟁력 키워

백연상기자

입력 2015-08-25 03:00 수정 2015-08-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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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농(創農), 기업이 나선다]<3>농협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상하의 망고농장’에서 김만복 씨가 왕망고를 따고 있다. 왕망고(개당 700∼800g)는 애플망고와 더불어 이 농장의 주종으로 보통 망고(400g)에 비해 배가량 크다. 상하의 망고농장 제공
한국에서 망고는 아직까지도 그리 친숙한 과일이 아니다. 외국산 망고가 들어오곤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망고가 재배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망고 재배의 외길을 걸어온 김만복 씨(69)는 국산 망고의 선구자로 불린다.

그가 2만9752m² 규모의 국내 최대 망고 전용 유리온실과 1만3223m²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발그스름한 애플망고는 질 좋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3∼4년 전부터 외국산 망고가 늘면서 판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때 김 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농협이다.

농협의 ‘명인명작 농산물 프로그램’은 질 좋은 농업 생산물에 브랜드 가치를 더해 명품 농작물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외국의 루이뷔통, 샤넬 같은 명품처럼 국내 최고의 농산물을 명품화한다는 새로운 ‘창조 농업’의 한 유형이다.

망고 같은 열대작물은 유리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해야 하기 때문에 시설비가 많이 들뿐더러 나무를 일정 높이 이상으로는 키우지 못한다. 동남아에선 이런 제약이 없기 때문에 망고 나무가 거의 4∼5m 높이로 자란다. 한국 망고 나무보다 수확량이 많아 외국산과 국산의 가격이 최대 4배까지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에서는 국산 망고가 더 낫다는 평가가 많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익은 것만 골라 딴 뒤 시장에 내놓기 때문이다. 충분히 익기 전에 딴 뒤 배로 수입하는 과정에서 후숙(後熟)되는 외국산 망고와 비교하면 당도와 과육의 질감 등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농협은 김 씨처럼 국내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36명의 농업인과 그들의 작물을 명인, 명작으로 선정한다. 이후 종자 선택과 생산, 상품화 등 전 과정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고 유통채널 다각화를 지원해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바로 ‘명인명작 농산물 프로그램’이다.

농협은 특히 자체 인터넷 쇼핑몰인 농협a마켓과 TV홈쇼핑 등에 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판로를 열어줘 농가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농협이 기존에는 ‘신토불이(身土不二)’를 강조하며 애국심 마케팅을 했다면, 지금은 안전성 신선도 당도 등 본질적인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판매처를 확보해주는 식으로 농가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의 판로 확대 지원은 농산물의 유통 경로를 단축시켜 소비자에게도 가격 혜택이 돌아간다.

아버지 김 씨와 함께 망고 농장을 운영하는 김도영 씨(33)는 “농협의 명인명작 프로그램으로 농작물의 브랜드 이미지가 한층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이사는 “최근 지속된 경기 침체와 수입 농산물 급증으로 우리 농산물 판매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농협의 ‘명인명작 프로그램’ 등을 통해 우수한 국산 농산물을 적극 개발하고 상품 경쟁력을 높여 창조농업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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