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1978년 복싱 한일전 승리에 “한국에 홍수환 선수 있어 기쁘다”

한우신기자

입력 2015-08-21 16:22 수정 2015-08-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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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5기 신화 홍수환이 회고하는 신격호 회장

“일본 선수를 꺾은 다음 날이었어요. 도쿄에서 신격호 회장님을 만났죠. 한국에 ‘홍수환 같은 선수가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씀하셨죠. 일본 선수를 이겨서 더 기뻐하시는 것 같았어요.”

4전5기 신화의 주인공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만난 건 1978년 2월2일이다. 홍 회장은 1976년부터 2년간 롯데의 후원을 받았다. 신 회장을 만나기 전날 홍 회장은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 1차 방어전을 치렀다. 상대는 카사하라 유우라는 일본 선수였다. 홍 회장은 5차례 다운을 뺏은 끝에 15회 판정승을 거뒀다. 도쿄에서 거둔 한일전 승리는 특히 일본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큰 기쁨을 줬다. 일본에 머물던 신격호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홍 회장은 다음 날 도쿄에서 카퍼레이드를 마치고 신격호 회장을 만났다. 홍 회장은 “점퍼 차림의 신격호 회장이 기쁨을 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빨간 봉투에 금일봉 100만 엔을 담아 건넸다. 당시 100만 엔이면 개포동의 40평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의 절반 정도 됐다”고 말했다.

“농담을 할 줄 모르는 분이셨어요. 하지만 진심을 담아 칭찬할 줄 알고 고마워할 줄 아는 분이셨죠.”

홍 회장이 새삼 신격호 회장과의 인연을 회고하는 건, 경영권 분쟁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비난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한 아쉬운 때문이다. 홍 회장은 롯데의 후원을 받는 동안 1977년 11월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4차례나 다운을 당하고도 상대를 KO로 이긴 ‘4전5기의 신화’를 쓴 게 그 경기다.

홍 회장은 “거대한 기업을 세워서 국가 경제에 기여한 사람이 일순간에 초라해지는 것이 씁쓸하다”고 했다. 또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경영권 분쟁 와중에, 일본 피겨 선수인 아사다 마오의 유니폼에 ‘LOTTE’ 로고가 박힌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일부에서는 롯데를 ‘일본 선수만 후원하는 기업’으로 낙인찍기도 했다. 현재 일본롯데는 일본빙상연맹을 후원하고 있다. 아사다의 유니폼에 롯데 로고가 박힌 것도 그 때문이다.

홍 회장이 전해준 카사하라와의 경기 사진에는, 홍 회장의 트렁크에 한글로 쓰인 ‘롯데’가 선명하다. 그는 “일방적 비난으로 한 기업과 기업가가 국가에 기여한 부분까지 폄하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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