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 신동빈, L투자회사 10곳 이사진 친정체제 구축

김창덕기자 , 한우신기자

입력 2015-08-07 03:00 수정 2015-08-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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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후계 분쟁]L투자회사 대표 등재 의미-전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부수는 치밀했다. 베일에 가려 있던 일본 내 핵심 지주회사 및 투자회사들을 통해 한일 롯데그룹을 일거에 장악한 것이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동생의 이런 행보에 위기감을 느껴 고령의 부친을 동원한 ‘폭로전’까지 벌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L투자회사 장악한 신동빈

6일 본보가 확인한 L투자회사 10곳(L3, L6 제외)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맡고 있던 L4와 L5의 대표이사직을 이어받았다. 나머지 8곳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로 등재했다. 신동빈 회장이 이 회사들의 대표이사가 된 시점은 6월 30일이고 등기는 지난달 31일 완료됐다.

신 회장의 전략은 이사회 구성에서 잘 나타난다. 모든 투자회사의 이사회를 ‘친(親)신동빈’ 성향을 띤 사람들로 채운 것이다. 특히 쓰쿠다 사장을 제외한 롯데홀딩스 이사들이 모두 L투자회사들의 이사진에 포함됐다.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한국 롯데캐피탈 사장, 고초 에이이치(牛장榮一) 일본 롯데상사 영업본부장, 가와이 가쓰미(河合克美) 롯데홀딩스 상무이사, 아라카와 나오유키(荒川直之) 롯데홀딩스 이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한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15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 L투자회사를 장악함으로써 한국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견고히 갖추게 됐다.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을 펼치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지더라도 한국 롯데그룹은 지켜낼 수 있다. L투자회사들은 호텔롯데(72.65%)는 물론이고 부산롯데호텔 지분도 46.55%나 갖고 있다. 또 L2는 각각 롯데로지스틱스와 롯데알미늄의 지분 45.34%, 34.92%를 가진 최대 주주다.

일본의 경우 L투자회사들이 롯데홀딩스 지분 약 40%를 갖고 있고, 롯데홀딩스도 유상증자를 통해 L투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일본롯데도 신동빈 회장이 장악했다고 보는 배경이다. 신 회장은 또 지배구조상 롯데홀딩스와 함께 L투자회사들 위에 있는 롯데스트러티직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자리까지 맡았다.

관건은 L투자회사들의 지분 구조다. 신동빈 회장이 만약 이 투자회사들의 지분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다면 신격호-신동주 부자가 신동빈 회장을 견제할 장치는 사라진다. 그렇지 않다면 신동빈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고도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박빙의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L2투자회사 주소지 기재된 신격호 日 자택 일본 도쿄 시부야 구에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자택.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L투자회사 12개 중 L제2투자회사의 주소지가 이곳으로 돼 있다. 이곳에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씨의 행방을 묻자 “집에 없고 언제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도쿄=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4년 전부터 ‘원 리더’ 준비

신동빈 회장이 공식적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아우르는 ‘원 리더(One Leader)’로 자리 잡은 건 지난달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르면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 계열사 3곳의 임원에서 해임되면서 신 회장이 한일 롯데를 모두 책임질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 달씩 머무르는 셔틀 경영을 중단한 이후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 머무르며 계열사 업무를 챙기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며 “이때부터 그룹 내부에서는 신 회장이 결국 일본도 맡을 것이란 얘기가 설득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셔틀 경영을 중단했다. 결국 신 총괄회장의 빈자리를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메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고령의 아버지가 점차 현장을 챙기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지배력 강화를 오래전부터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형이 일본롯데의 주요 보직에서 해임된 것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아닌 신동빈 회장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시작된 신동빈 회장의 한국롯데 지분 확대도 ‘원 리더 구상’에 따른 작업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2013년 6월 롯데제과 지분을 4.88%에서 5.34%까지 늘렸다. 신 회장의 이런 행보에 신동주 전 부회장도 그해 8월부터 1년간 롯데제과 주식을 3.48%에서 3.95%까지 확대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한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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