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빅 브러더’ 되겠다는 방통위

김기용기자

입력 2015-07-22 03:00 수정 2015-07-22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이통 신규가입-기기변경 고객정보 실시간 감시 시스템 7월말 가동
구축비용 6억원은 업체에 떠넘겨… 이통사 “영업비밀 다 보겠다는 것”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를 통해 국내 이동통신사의 영업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한 데 이어 민간 기업의 영업비밀까지 들여다보며 시장을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사회 전반을 철저히 감시하는 ‘빅 브러더’가 되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2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OA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신규 가입 및 기기 변경 고객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달 중 가동이 목표다. 이동통신사들이 분담한 구축비용은 6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KTOA는 통신사업자들이 만든 민간기구지만 방통위 요구에 따라 단통법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사실상 방통위 산하 조직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이동통신사들이 자발적으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KTOA를 통해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방통위가 이동통신사 마케팅 활동 일체를 감시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동통신사 고객은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된다.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신규 가입 고객과 통신사를 유지하면서 기기만 바꾸는 기기 변경 고객, 통신사를 바꾸는 번호이동 고객이다. 이 가운데 번호이동 고객에 대해서는 2004년부터 KTOA가 시스템을 만들어 이동통신사들과 정보를 공유해 왔다. 고객이 통신사를 바꿀 때 다른 회사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사를 바꾸지 않는 신규 가입이나 기기 변경 고객에 대해서는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없어 KTOA가 지금까지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방통위 공무원이 별도 모니터를 설치해 사무실에 앉아서 이동통신사의 영업비밀 관련 자료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 관계자는 “시장 과열 현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실시간 개념으로 보겠다는 것”이라며 “방통위 사무실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