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경제의 대동맥”…유럽으로 가는 지름길 몽골철도

울란바토르=홍수영기자

입력 2015-07-09 19:37 수정 2015-07-0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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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에 있는 철도역사 주변에는 화물터미널 9개가 밀집해있다. 이중 TI로지스틱스가 운영하는 3만 ㎡ 규모의 화물터미널에서 지난달 말 만난 쳉겔 알탕게렐 부사장은 “철도는 몽골 경제의 대동맥”이라고 했다. 몽골로 들어오는 수입품 대부분이 이 철도역사에서 내려져 9개의 화물터미널로 분산된 뒤 트럭을 타고 지방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오전 11시, 밤새 중국 국경을 넘어 도착한 열차가 쏟아낸 컨테이너 40여개를 2시간째 옮기고 있는 인부들을 보면서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낀 ‘크지만 작은’ 내륙국가다. 땅덩어리가 한국의 15.7배지만 인구는 인천시민 수준인 300만 명이다. 인구가 적다 보니 내수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생활필수품의 90% 이상을 수입해 쓴다.

이런 몽골이 최근 세계 주요국들이 주목하는 땅이 됐다. 동아시아~유럽을 잇는 대륙철도의 관문인데다 지하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유럽,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 문명을 연결했던 칭기스칸의 꿈이 이곳에서 다시 꿈틀대고 있다.


● 유럽으로 진출하는 지름길

울란바토르 철도역사에는 면세점이 있다. 중국행과 러시아행 ‘국제열차’에 오르는 여행자들을 위한 것이다. 철도로는 중국은커녕 북한도 가지 못하는 한국의 기차여행객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몽골종단철도(TMGR)는 남쪽 국경 자민우드에서 중국횡단철도(TCR)로, 북쪽 국경 수하바타르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연결된다. 한반도종단철도(TKR)가 복원돼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중국 베이징~울란바토르~러시아 이르쿠츠크를 지나면 이 노선은 유럽으로 가는 최단노선이 된다.

울란바토르에서 만난 푼실마긴 오치르바트 몽골 초대 대통령은 1991년에 한-몽 수교를 맺은 주역이다. 그는 “한반도 철도망을 되살릴 경우 러시아 극동, 중국 동북부, 몽골, 일본 등의 물류 운송 기간과 비용이 줄기 때문에 유라시아 실크로드를 확대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최근 TMGR의 물동량 증가세는 뚜렷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개발계획) 구상에 따라 랴오닝성의 경제가 활기를 띠며 이곳을 거쳐 울란바토르로 들어오는 대륙철도도 바빠졌다. 울란바토르철도공사(UBTZ)에 따르면 TMGR을 통한 화물 수송량은 2012년 2040t, 2013년 2100t, 2014년 2110t으로 매년 늘고 있다. 2015년에는 2460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물동량이 많아질수록 수송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TMGR는 단선 체계라 석탄을 실은 열차가 느릿느릿 시내를 통과하거나 다른 열차가 지나가도록 멈춰서 있는 모습을 울란바토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때론 철길이 가로막히기도 한다. 현지에 진출한 한 기업인은 “지하자원을 수출하거나 해외에서 물자를 들여오려면 중국 톈진(天津)항을 이용해야 하지만 중국이 턱없이 비싼 통행료를 받거나 아예 며칠간 국경을 걸어 잠그는 일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 자원-인프라 연계 개발 활기

울란바토르 중심인 수하바타르광장 주변에서는 고층빌딩이 경쟁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삼성물산이 짓는 몽골 최고층 아파트와 오피스빌딩의 복합단지인 샹그릴라 프로젝트도 내년 4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시내를 남북으로 가르는 톨강 이남에는 대단지 아파트들이 들어서 신도시를 이루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곳이다.

몽골 경제는 2010년대 들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10대 지하자원 보유국인 몽골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몽골정부가 지하자원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라왁자브 몽골상공회의소 회장은 “울란바토르 시내에 최근 3~4년 새 들어섰거나 공사 중인 고층빌딩은 모두 지하자원을 개발해 얻은 이익을 바탕으로 재투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몽골은 이런 기세를 몰아 내년에 열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도 유치했다.

몽골 정부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지하자원과 철도를 활용해 세계시장에 자원을 수출하고 대륙 물류를 유치해 운송 수익을 얻는 길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방해를 받지 않고 바다로 나가는 길을 여는 것이 몽골의 최대 숙제다. 유라시아 대륙을 단일경제권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몽골과 한국이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지하자원 빈국인 한국과 바닷길이 필요한 지하자원 부국인 몽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몽골 정부는 최근 북한 나진항을 활용하는 방안을 북한, 러시아와 논의하고 있다. 몽골산 석탄을 약 4000㎞ 떨어진 나진항까지 열차로 운송한 뒤 배로 옮겨 싣고 한국이나 일본으로 수출한다는 구상이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한국이 지분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샤라브냠보 에르데네불강 UBTZ 물류관할자문은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샤린 골 석탄광산이 갖춰지는 대로 여기서 채굴한 코킹콜(산업용 유연탄) 2만 t을 나진항을 통해 한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란바토르=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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