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사업개편땐, 자회사도 손자회사에 공동출자 허용”

황태호기자

입력 2015-05-28 03:00 수정 2015-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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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법’ 윤곽 공개… 6월 국회 제출
주총 공시기간 1주일 전으로 단축… 결합심사도 주무부처로 단일화
재계선 “실익주는 내용은 쏙 빠져”


앞으로 SK텔레콤이나 SK이노베이션 같은 지주회사의 자(子)회사들이 다른 기업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이 허용된다. 또 손자(孫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새 기업을 인수할 때 지분을 50%만 보유해도 된다.

기획재정부 의뢰로 입법타당성 검토 용역을 수행한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의에서 열린 한국금융산업법 포럼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제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 법은 상법과 세법, 공정거래법 등에 산재된 사업 재편 관련 법안을 하나로 담은 것으로 ‘원샷(one shot)법’이라고도 불린다. 정부는 권 교수가 공개한 방안을 바탕으로 법안을 제정해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 사업 재편 기업에 주총·지주사 규제 등 3년간 완화


이 방안에 따르면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제한됐던 지주회사 지분 규제가 완화된다. 사업 재편의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하나의 자회사만 하나의 증손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현행 규정과 달리 자회사들의 공동 출자를 허용했다. 또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현행)가 아닌 50%만 보유해도 되도록 했다. 자금이 부족해서 신사업 진출이 가로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주무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 두 곳에 모두 신고해야 했던 기업결합심사 절차는 주무부처에만 신고하면 되도록 단일화했다. 단, 이 혜택은 ‘과잉 공급 산업’ 분야 기업의 사업 재편 행위에만 주어진다. 과잉 공급 산업은 제품 가격 상승률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높거나 당분간 수요 회복이 어려운 업종을 말한다. 대상 적격 여부는 별도 민관위원회에서 판단할 예정이다. 기업당 혜택 적용 기간은 3년으로 제한된다.

합병이나 분할, 영업양수도 등 사업 재편과 관련한 주주총회 소집 공시 시기도 현행 ‘2주 전’에서 ‘1주 전’으로 단축된다. 사업 재편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 미흡하다는 재계

원샷법은 1999년 일본 정부가 시행한 ‘산업활력법’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산업활력법 적용을 받은 105개 대상 기업 중 103개 기업이 총 4만9281명을 새로 고용했다고 밝혔다. 또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의 비중을 나타내는 총자산이익률(ROA)도 2003년 2.9%에서 2006년 3.9%로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부실기업을 살리는 데만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정상 기업의 선제적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게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원샷법 제정 자체는 반기면서도 그동안 요구해왔던 ‘중복과세’ 해소나 기업결합심사기간 단축, 지주사 투자 규제 유예기간 연장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을 무산시킨 소액주주 주식매수청구권 제한도 소액주주 보호 명분 때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꼭 필요한 사항들이 ‘특혜 시비’ 때문에 빠졌다”며 “다음 주 재계 의견을 종합해 기재부에 추가 개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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