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파격할인, 막상 가보면 “매진” 일쑤

김범석기자

입력 2015-03-16 03:00 수정 2015-03-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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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할인경쟁의 속살]미끼상품으로 현혹 극심

대형마트들의 가격 할인 경쟁은 그칠 줄을 모른다. 지난해만 해도 삼겹살, 한우 등 육류는 물론이고 어류, 과일 등 평균 한 달에 한 번꼴로 ‘특가’ 마케팅을 해왔다. 특히 한 업체가 먼저 가격을 내리면 경쟁 업체들이 단 10원이라도 따라 내리는 이른바 ‘연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신선식품 할인 전쟁으로 대형마트 업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작은 업계 2위인 홈플러스다. 홈플러스는 12일부터 한우 1등급 등심(100g) 가격을 7680원에서 4600원으로, 5980원이던 러시아 활대게(100g)는 3300원으로 각각 낮추는 등 500개 주요 신선식품의 가격을 기존가보다 10∼30% 싸게 판매하는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홈플러스의 할인행사 소식이 알려지자 한우 1등급 등심(100g)을 홈플러스 가격보다 300원 싼 4300원으로 낮추는 등 즉각 대응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10원 더 싼 4290원으로 또다시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가격 할인 전쟁’에 대해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에게 이득을 주려 한다기보다 고객을 끌어들여 매출을 올리려는 게 대형마트 할인행사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은 2013년과 비교해 3.4% 줄어들었다. 2012년 2분기(4∼6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11개 분기 연속으로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 가 보면 할인행사 상품이 일찍 ‘매진’돼 대신 다른 제품을 사야 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할인행사 상품을 ‘미끼 상품’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장인 권태훈 씨(33)는 “가격이 얼마나 싼지는 알 수 있어도 물량이 어느 정도 있고 언제 소진되는지는 잘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할인행사 때만 등장하는 ‘기획 상품’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용량이나 구성물이 평소 상품과 다소 다른 것들이 많아 소비자들이 제대로 따져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 할인행사를 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소비자에게 정직한 정보를 주지 않아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대형마트들의 할인 경쟁은 신규 출점으로 외형을 키울 때 하던 마케팅 방식”이라며 “지금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이른바 ‘윤리 경쟁’을 하며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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