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김치-한식… 18억 무슬림 밥상 잡아라

김범석기자 , 김유영기자

입력 2015-03-09 03:00 수정 2015-03-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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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UAE ‘할랄식품 MOU’ 계기로 국내업체 시장 진출 잰걸음

#1. 식품기업인 아워홈은 한국을 찾는 이슬람교도를 겨냥해 올해 9월 인천국제공항에 ‘할랄 푸드코트’를 열 계획이다. 이곳에서 카레는 물론이고 한식도 선보이게 된다. 아워홈은 이 푸드코트를 ‘할랄 한식’의 홍보관으로 삼고, 할랄 식품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미영 아워홈 연구기획팀장은 “전 세계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는 18억 명의 이슬람교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2. 제네시스BBQ는 싱가포르에선 고추장이 들어간 한국형 양념치킨과 함께 고추장이 없는 ‘이슬람용’ 양념치킨을 판다. 알코올을 금하는 이슬람 교리에 따라 발효식품인 고추장 대신 칠리소스로 매운맛을 냈다. 또 닭도 꾸란의 기도문을 암송한 뒤 도축한 할랄 의식을 거친 것을 사용한다. 회사 측은 “이슬람국가에서 KFC 못지않은 치킨체인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할랄 식품 분야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가운데 할랄 식품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식품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성장 정체에 빠진 식품기업들은 연 10% 안팎으로 고속 성장하는 할랄 식품 시장에서 신(新)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할랄 식품 시장 규모는 2012년 1조880억 달러(약 1195조 원)로 전 세계 식품 시장의 16.6%를 차지한다. 2018년엔 1조6260억 달러(약 1706조 원)로 6년 만에 49.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슬림의 구매력이 커지고 인구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다국적 기업은 일찌감치 할랄 식품 전쟁에 뛰어들어 현재 할랄 식품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스위스 네슬레는 1980년대부터 할랄 전담팀을 꾸리고 전 세계 86개 공장에서 커피 과자 등 할랄 인증을 받은 150여 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 다농은 생수 브랜드인 ‘아쿠아 워터’를 할랄 기준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다. KFC는 영국에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육류를 사용해 만든 ‘할랄 버거’ 매장을 100여 곳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은 후발주자에 속한다. 할랄 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6억8000만 달러(약 7470억 원)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 할랄 인증을 잇달아 받는 등 할랄 식품 전쟁에 가세하고 있다. 할랄 인증은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해 인증을 받지 않으면 사실상 수출을 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120여 개 업체가 430여 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아워홈은 2012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할랄 인증 한식 메뉴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워홈은 우선 김치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발효음식의 특성상 알코올이 자연스레 포함되는데, 숙성 조건을 달리 해서 알코올이 나오지 않게 한 것. 아워홈은 향후 불고기·닭고기 양념장과 깍두기나 총각김치 등도 할랄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SPC그룹도 바게트 고구마파이 소보로빵, 우유, 식빵 등 60여 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CJ제일제당도 햇반과 조미김, 김치 등에 인증을 받아 현재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으며 향후 인도네시아와 중동에도 수출을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풀무원도 ‘자연은 맛있다’란 라면에, 크라운제과도 죠리퐁과 콘칲, 카라멜콘과 땅콩에 각각할랄 인증을 받았다.

대상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갖추고 무슬림 전용 브랜드인 ‘마마수카’를 만들어 김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현지 매출액은 16억 원에 그쳤지만 이곳을 할랄 식품 수출 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할랄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는 전북 익산시 국가 식품클러스터(2017년 예정)에 할랄 식품 전용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또 이달 중으로 한국식품연구원에 할랄 식품 연구사업단을 꾸려 할랄 식품 개발 방안 연구 등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만 할랄 인증기관이 전 세계에 300여 개에 이르는 가운데 각국 소비자별로 선호하는 인증기관이 서로 다르며, 각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인증 요건을 강화하는 등 할랄 식품 수출 확대의 걸림돌이 적지 않다.

김유영 abc@donga.com·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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