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때 퇴진 김인호 前수석 18년만에… ‘올드보이의 귀환’

김성규기자

입력 2015-02-18 03:00 수정 2015-02-1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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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 무협 회장 내정

김인호 이사장
그야말로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17일 한국무역협회장으로 내정된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73) 얘기다(본보 17일자 A24면 참조).

김 내정자는 한때 외환위기를 불러온 인물로 몰렸다. 김영삼 정부의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던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기 때문이다. 책임론이 불거지자 검찰은 이듬해 5월 “외환위기의 실상을 축소 보고해 환란을 초래했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김 내정자를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김 내정자에게 징역 3년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두 사람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2004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금융실명제를 주도하는 등 경제 관료로 한 획을 그은 인물이라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제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30여 년간 정통 경제 관료의 길을 걸었다. 경제기획원 시절 경제기획국장, 차관보, 대외경제조정 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1989년 경제기획원 차관보 시절 조순 당시 경제부총리를 도와 금융실명제와 토지공개념 도입을 이끌어 냈다. 1996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장관급으로 격상된 뒤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김 내정자는 ‘시장경제 전도사’로 불릴 만큼 경제 관료 출신 중에서도 시장경제와 국제무역에 대한 철학이 확실하다. 김 내정자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한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검증된 진리라고 생각한다”며 “경쟁 활성화, 소비자선택권 보장과 함께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국제화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무역협
회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끈끈한 인연이 그의 무역협회장 내정에 도움을 주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 최 부총리는 1997년 6월 경제수석실 보좌관이 돼 당시 경제수석비서관이던 김 내정자를 보좌했다.

김 내정자가 구속된 후에는 구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동안 관가를 떠난 김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다시 공직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중장기전략 위원회에서 민간 위원장을 맡은 것. 최 부총리는 정부 측 당연직을 맡아 서로 호흡을 맞춰왔다.

17일 무역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된 김 내정자는 26일 열리는 정기 총회에서 29대 회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무역협회는 무역업계 7만여 회원사를 위해 업무 지원과 정보 제공을 하는 한편 코엑스와 코엑스몰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 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63)이 내정된 바 있어 27일 회장 선거를 하는 중소기업중앙회를 제외하고 경제4단체의 수장이 모두 확정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허창수 회장(67)의 3연임이 정해졌고 24일 정기의원총회를 여는 대한상공회의소도 박용만 회장(60)의 연임이 사실상 결정됐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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