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혈투’ 벌였던 이웃 앙숙, 공동브랜드 붙인뒤 승승장구

김유영기자

입력 2014-12-11 03:00 수정 2014-12-1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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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2014 브랜드 대전’
최우수상 받은 ‘햇사레 복숭아’… 三重 품질관리로 인지도 급상승
한해 매출 600억 효자 브랜드로… 우수상 받은 ‘부여군 굿뜨래’
7개 지역농협 공동출자해 출범… 고품질 농산품 대명사로 우뚝


‘햇사레’ 복숭아의 생산을 지원한 충북 음성군의 이필용 군수(왼쪽에서 네 번째)와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이사(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2014 농산물 브랜드 대전’에서 상을 받은 농산물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복숭아 브랜드인 ‘햇사레’(햇사레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가 10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개최한 ‘2014 브랜드 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이날 행사에서 강원연합사업단의 ‘맑은청’과 부여군지역농협종합공동사업법인의 ‘굿뜨래’가 우수상을, 멜론전국연합사업단의 ‘K-멜론’과 전북연합사업단의 ‘예담채’가 장려상을 각각 탔다. 이들 브랜드가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경기 이천시와 충북 음성군의 지역 농협이 함께 설립한 햇사레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이 생산한 ‘햇사레’ 복숭아. 햇사레 복숭아는 다른 지역의 복숭아보다 15%가량 비싼데도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농협중앙회 제공
복숭아 생산지로 유명한 경기 이천시와 충북 음성군은 한때 앙숙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천시는 ‘장호원 복숭아’를, 음성군은 ‘감곡 복숭아’를 따로 팔았다. 하천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었지만 소속된 지방자치단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복숭아를 팔다 보니 더 싸게, 더 많이 납품하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식으로 가격을 낮추는 등 출혈경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농가들은 관점을 달리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역농협이 주축이 돼서 2002년 복숭아 공동사업단을 만들어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투자한 비용이 매몰된다면서 반대했다. 하지만 ‘10년 뒤에도 성장하는 농가가 되려면 뭉쳐야 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었다.

이천시와 음성군의 공동 브랜드인 ‘햇사레’는 2003년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이들은 이천시의 ‘이’와 음성군의 ‘음’을 따서 ‘행복이음사업’을 시작했고, 2007년 사업 조직을 햇사레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키웠다. 햇사레 브랜드를 만든 지 10년이 흐른 2013년 햇사레 복숭아는 연매출 600억 원을 거두는 효자 브랜드로 컸다.


○ 품질 높이고 덩치커지니 가격교섭력 좋아져


햇사레법인은 공동사업을 벌인 결과 품질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다. 복숭아를 출하할 때 법인이 검수하는 것은 물론 도매시장에 각 지역농협 직원들이 조를 짜서 품질 관리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소비자단체가 주기적으로 시장을 방문해 ‘미스터리 쇼퍼’처럼 품질을 ‘삼중’으로 점검한다. 또 공동사업을 통해 포장 운송 등의 각종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품질을 높인 결과 ‘농산물 유통의 큰손’인 대형마트에도 판로를 뚫을 수 있었다. 특히 덩치가 커지니 가격 교섭력도 좋아졌다. 지역농협의 담당자들은 매주 회의를 열고 복숭아 출하량과 가격을 정한 뒤 대형마트에 통보를 한다. 유통업체 결정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다른 산지와 대조적이다. 농협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일부 과일에 대해서는 자체브랜드(PB)식으로 대형마트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지만, 햇사레 복숭아만큼은 햇사레의 브랜드를 그대로 붙여 판다”고 말했다.

현재 햇사레는 홍콩 말레이시아 등지에도 수출되고 있다. 또 농협이 수도권 소비자 6000명을 대상으로 인지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브랜드를 알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 달지 않은 과일은 수확 못하게 원천 봉쇄

멜론전국연합사업단이 운영하는 ‘K-멜론’은 전국 1100여 명이 150억 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K-멜론은 2010년 단일 품종에 처음으로 전국적인 브랜드를 도입한 사례로 꼽힌다. 뉴질랜드 각지의 영농조합이 뭉쳐 키위에 ‘제스프리’라는 브랜드를 붙여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것에 착안했다.

K-멜론도 생산부터 판매까지 사업단이 엄격하게 통제한다. 멜론은 재배하기 까다로워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업단은 지역별로 멜론 재배 매뉴얼을 보급했고, 개별 농가가 마음대로 멜론을 수확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업단이 당도를 점검해 멜론이 12브릭스(1브릭스는 물 100g에 설탕 1g이 녹아 있는 수준의 당도)를 넘어야 멜론을 수확할 수 있다. 달지 않은 멜론, 즉 품질이 떨어지는 멜론을 생산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셈이다. 농가는 출하나 판매에 신경 쓰지 않고, 정해진 일정에 맞춰 재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납품된 멜론은 산지 유통센터(APC)에 보내 멜론의 당도와 무게에 따라 분류되어 판매처로 운송된다. 그 결과 K-멜론은 현재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도 수출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신라호텔 등 고급 호텔에 납품되고 있다.

부여군지역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의 ‘굿뜨래’는 2010년 부여군의 7개 지역농협이 출자해 만든 브랜드다. 부여군법인은 수박 표고버섯 등을 ‘부여 8미(八味)’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 ‘좋은 들에 좋은 상품’이라는 뜻에서 굿뜨래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듯이 좋은 품질의 농산품을 생산할 수 있게 농업인 교육을 강화했다. 부여군의 군농업기술센터는 굿뜨래농업대학을 만들어 매년 100여 명의 농업경영인을 배출하고 있다. 또 농업 강국인 네덜란드 호르스트안더마스 시와 자매결연하고 이곳에 농업 경영인을 파견해 교육하고 있다. 현재 굿뜨래에는 2200여 명이 참여해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강원연합사업단의 ‘맑은청’은 고랭지 무와 배추, 토마토, 고추, 오이, 애호박, 가지 등 다양한 채소에 붙이는 브랜드다. 2001년 고랭지 무와 배추 가격이 폭락해 농가가 농산물의 제값을 받지 못하자 강원도가 대형유통업체 등에 판매 채널을 뚫기 위해 이 브랜드를 만들었다. 맑은청은 강원 청정 지역의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해 8500여 명이 참여해 1200억 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 지자체 - 농업조직 협력 최우수상 받은 전북도… 광역 브랜드 ‘예담채’로 농산물 출하 일원화 ▼

농협중앙회는 10일 지방자치단체와 농업조직 간 협력이 우수한 사례를 발굴해 평가한 결과 전라북도(도지사 송하진)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산이 많아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농산물 출하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시군별로 개별 브랜드를 운영하고 개별 농가별로 각각 다른 품목을 생산하다 보니 덩치가 작아 가격 교섭력이 약해서 도매시장 상인들에게 제값을 못 받기 일쑤였다. 고령화와 영세화로 위기를 맞은 대표적인 지역이었던 셈이다.

전북도는 시군별로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를 남겨놓되 그렇지 않은 품목은 광역 브랜드인 ‘예담채’를 만들어 예담채로 흡수시켰다. 시군 단위로 흩어져 있던 농산물 출하 지역을 일원화해서 공동 운송하는 방법으로 각종 비용을 아끼고 마케팅 활동도 공동으로 펼쳤다. 그 결과 예담채 브랜드를 붙인 품목의 매출액이 2009년 33억 원에서 올해 590억 원으로 뛰어올랐다. 전북도 관계자는 “소량 다품목 위주로 생산하던 한계를 농가의 규모를 키워 극복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햇사레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과 협력한 충북 음성군(군수 이필용)과 전북 남원조합공동사업법인과 협력한 남원시(시장 이환주)가 우수상을 공동 수상했다. 강원연합사업단과 협력한 강원도(도지사 최문순)와 경남 밀양연합사업단과 협력한 밀양시(시장 박일호)는 장려상을 공동으로 탔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는 “지자체는 농산물 유통 선진화를 위해 농업조직이 협력해야 할 전략적인 파트너”라며 “지자체와 농업조직 간 협력으로 시장 개방 등 위기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소비자-도매상인 설문… 유통전문가들이 종합 평가 ▼

농협중앙회가 실시한 ‘2014 농산물 브랜드 대전’의 평가에는 일반 소비자와 도매시장 상인, 전문가가 두루 참여했다.

전국 30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비자 6000명과 서울 가락시장 등 전국 경매시장 13곳의 중도매인과 경매사 600명을 대상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 등을 묻는 설문을 진행했다. 여기에 대학교수와 정책담당자, 농식품 유통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브랜드의 경쟁력과 성장성 등을 종합 평가했다.

김유영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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