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低성과 정규직 해고기준 명확히 세우자”, 노동계 “정규직까지 해고 불안… 총파업 불사”

유성열기자 , 최예나기자 , 홍수용기자

입력 2014-12-02 03:00 수정 2014-1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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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동시장 개혁 추진 파장
朴대통령 “일부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로 사회통합 가로막아”


정부가 업무 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정규직 직원에 대한 ‘일반해고’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추진키로 하면서 재계와 노동계가 대립하기 시작했다. 노사(勞使)갈등뿐 아니라 한정된 양질의 일자리를 둘러싼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노노(勞勞)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에 따르면 재계는 저(低)성과 근로자에 대한 해고 기준이 구체화될 경우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한 반면 노동계는 전체 근로자들이 해고 불안에 상시적으로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근로기준법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정당한 사유’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05년 한 대학병원이 간호사를 근무성적 부진을 이유로 해고한 것에 대해 정당하다고 평가했지만 2006년에 대법원은 금융회사 직원들이 평점 부진으로 해고되자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각각의 판단은 당시의 정황을 감안할 때 합리적이었을 수 있어도 기업들은 소송을 벌이기 전까지 해고의 정당성을 예측할 잣대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동시장의 경직성, 일부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 등은 노사 간, 노노 간 갈등을 일으켜 사회통합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법원 판결이나 노동위 결정을 토대로 해고 대상이 될 수 있는 저성과자의 유형을 분류해 보면 △2년 동안 계약을 1건도 성사시키지 못한 판매영업사원 △통상 30분 걸리는 배송 업무를 4시간 만에 완료한 배송직원 △전산장비 구입 가격을 예정 단가의 2배로 잘못 기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기획관리팀장 △근무평정 결과 동일 직급 중 3년 연속 최하위 성적을 받은 간부 등이다. 하지만 이런 분류는 법원과 노동위가 사안별 정황에 따라 판단한 결과여서 일반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정부는 노사정위를 통해 일반해고 대상이 될 수 있는 저성과자의 모델을 만들면 각 기업 노사가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사내 취업규칙을 만들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모든 기업의 모든 정규직이 저성과자 기준을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전체 근로자의 70% 정도가 정규직이고 나머지 30%가 비정규직이다. 이 중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소속된 정규직에만 이런 기준을 도입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근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 정규직의 경우 새로운 일반해고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노동운동을 약화시키려는 전형적인 노동분열 전략”이라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국내 노동자의 88%는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과보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모두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정부 정책은 사실상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별 없이 언제든 해고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1997년 정리해고 법제화 과정에서 일으켰던 총파업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학계는 과거 ‘가족주의, 완전고용’을 중시하던 기업문화가 경영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당한 해고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보험을 통해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등 전직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최예나·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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