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F1우승 로터스 보며 茶마시고, 50인승 캐딜락 곁에서 밥먹고

강유현기자

입력 2014-11-21 03:00 수정 2014-1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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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식당 통해 일반인 곁에 다가선 명차 갤러리들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자동차 갤러리 카페 ‘모터라이프’ 대표인 정재균 원장이 로터스 ‘엑시지 S V6 컵 R’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경기 남양주시 ‘꽃과 어린왕자’에 전시된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VT’, 포르셰 ‘겜발라 GT 650 컴플리카 966 BI 터보’, 람보르기니‘쿤타치 LP500S 레플리카’(왼쪽부터).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지난달 찾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자동차 갤러리 카페 ‘모터라이프’. 담벼락 옆엔 지금은 단종된 기아자동차의 스포츠카 ‘엘란’이 보였다. 109m² 규모의 카페로 들어서니 2013년식 검은색 로터스 ‘엑시지 S V6 컵 R’가 떡하니 서있었다. 1960, 70년대만 해도 포뮬러원(F1) 우승컵을 쓸어 담던 영국 자동차회사 로터스가 ‘엑시지 S V6’ 중에서도 고성능 경주용차로 만든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일 듯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큼직한 리어 스포일러가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기세다.

이곳은 치과의사인 정재균 원장이 2008년 문을 열었다. 좌석이 14석에 불과하지만 자동차 마니아들에겐 성지(聖地)로 통한다. 로터스클럽코리아의 회장이자 클럽엘란의 창시자인 정 원장은 이곳에만 로터스 13대를 전시하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의 다양한 액세서리와 실물 모형들도 전시해 놨다. 대형 TV에선 자동차 관련 프로그램이 나오고 한쪽엔 자동차 잡지 스크랩본도 있었다.


희귀한 로터스를 만나고 싶다면

카페 반지하층에 있는 214m² 규모의 전시장으로 내려갔다. 촘촘히 전시된 차량과 다이캐스트들이 즐비했다. 정 원장이 가장 아끼는 차량 중 하나인 ‘340R’가 보였다. 2000년 만든 자동차인데도 공차중량 1t당 340마력이 나오는 무시무시한 차다. 현재 이 차의 최고 출력은 190마력이다. 정 원장은 “당시 한정판으로 340대만 만들었고 이 중 좌핸들 차량은 110대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는데 그 좌핸들 차 중 하나가 이것”이라고 소개했다.

로터스 에보라 ‘나오미 캠벨 자선경매 버전’도 있다. 2011년 아이티에서 지진이 나자 모델 나오미 캠벨이 6기통짜리 에보라 8대에 자신의 이름과 아이티 글자를 새겨 경매에 내놨다. 차체, 시트와 대시보드는 모두 하얀색이고 문 손잡이는 분홍색으로 장식돼 있다.

2006년 GT3에서 우승한 로터스 ‘엑시지 S 브리티시 GT SE’도 있다. 당시 로터스는 우승 기념으로 71대를 양산했는데 그중 39호차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협찬했다가 사고가 나 정 원장이 2년째 틈날 때마다 정비를 직접 하고 있다.

로터스만 있는 게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디자인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1968년형 재규어 ‘E타입’, 12기통의 페라리 ‘테라로사’도 있다.

정 원장은 가끔 서킷을 들러 클럽로터스코리아 회원들과 경기를 연다. “로터스는 페라리 가격의 3분의 1인 데다 배기량이 작다 보니 배기량으로 세금을 매기는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경제적입니다. 미국과 달리 국내 도로는 커브가 많아 로드스터(2, 3인승의 뚜껑이 없는 자동차)로는 핸들링이 민첩하고 가벼운 로터스가 딱이죠.”

이곳은 통상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닫는다.

모터라이프에 전시된 자동차 실물 모형과 액세서리들.
식사 후 구경하는 람보르기니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로에 있는 ‘꽃과 어린왕자’도 자동차 마니아들의 집결지로 통한다. 이곳엔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차량 25대가 전시돼 있다.

지난달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보인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차로 기네스북에 등록된 50인승 캐딜락 ‘엘도라도 할리우드 드림’이었다. 이종철 꽃과 어린왕자 대표는 “1986년 호주의 벨 형제가 기네스북에 올릴 목적으로 25억 원을 들여 제작한 차”라며 “25개 가변식 서스펜션을 장착했다”고 소개했다.

뮤지컬 기획, 호텔 개발 사업 등을 하는 이 대표는 어려서부터 람보르기니 마니아였다. “1970년대 잡지에서 ‘걸윙 도어’로 유명한 람보르기니 ‘쿤타치’를 보고 이 차를 꼭 사고야 말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겐 신앙 같은 차였죠.”

그러나 이 대표가 돈을 벌 때쯤엔 이미 쿤타치는 단종됐다. 그래서 미국 레플리카 회사를 수소문한 뒤 제너럴모터스(GM) 엔진과 메르세데스벤츠 계기판 등을 조합해 쿤타치를 만들었다. 이곳엔 람보르기니 차종은 ‘쿤타치 LP500S’ 레플리카와 ‘디아블로 VT’와 ‘무르시엘라고 LP640’이 전시돼있다.

1966년식 폰티액 ‘카탈리나’도 있다. 이 대표가 괌에 놀러갔는데 한 외국인이 타고 다니는 이 차를 보고 한눈에 반해 즉석에서 그와 흥정해 사왔다고 한다. 이 밖에 1997년 포뮬러2(F2)에 출전한 뷰익 머신, 1926년식 ‘부가티 T 35’를 복원한 차량, 페라리 ‘F430’, 포르셰 ‘928 S4’, 국내에 단 한 대만 있다는 다이하쓰 ‘미드젯2’ 등도 함께 전시돼 있다.

이 차들을 지나면 정원과 오리가 돌아다니는 작은 호수가 나온다. 이 호수를 둘러싸고 테이블이 약 80개가 펼쳐져 있다. 차와 와인, 1만∼2만 원대의 식사 등을 판다. 토요일 저녁에는 라이브 공연을 연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다.


자동차 회사들도 카페 잇
달아 차려

올해 들어 자동차 업체들이 커피나 식사를 즐기며 자동차를 구경할 수 있는 장소를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자동차는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브랜드 체험관 ‘현대 모터 스튜디오’를 열고 카페도 갖췄다. BMW코리아는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 센터’를 열고 트랙, 전시장과 함께 레스토랑을 마련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최근 개장한 제2 롯데월드에 브랜드 체험관 ‘커넥트 투’를 열면서 안에 카페를 들였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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