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英석유탐사업체 1조원 비싸게 인수”

이상훈기자

입력 2014-11-19 03:00 수정 2014-1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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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聯 부좌현 의원 주장
“메릴린치 부실보고서 믿고 투자결정… 수익은 배당 3080억원 받은게 전부”
석유公 “추가개발로 재무개선 최선”


한국석유공사가 이명박(MB) 정부 시절 영국 석유탐사업체를 인수하면서 시가보다 1조 원 이상 비싼 가격을 치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캐나다 석유업체 하베스트사 부실 인수 건에 이어 야당 측이 새롭게 제기한 MB 정부 해외자원 개발 논란이다.

18일 새정치민주연합의 ‘MB정부 해외자원개발 국부유출 진상조사위원회’ 간사인 부좌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10년 9월 영국 다나(Dana)사를 인수하면서 당시 주당 평균 13파운드(약 2만2300원)인 주식을 18파운드에 사들였다.

이로 인해 석유공사가 당시 시가총액 15억9000만 파운드보다 6억2000만 파운드 비싼 22억1000만 파운드에 다나를 인수해 우리 돈으로 환산할 경우 1조675억 원을 더 지불했다는 게 새정치연합 측의 설명이다. 부 의원은 “당시 유럽 경제위기 여파로 다나의 주가는 11파운드까지 떨어졌다”며 “자문사인 메릴린치가 불분명한 근거로 작성한 자문보고서만 믿고 석유공사가 투자를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유공사는 당시 영국 증시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식으로 다나를 인수했다. 한국 공기업이 적대적 M&A로 외국 기업을 사들인 첫 사례다. 석유공사는 메릴린치와 현지 석유 컨설팅회사의 분석을 근거로 주당 18파운드에 다나 주식을 인수하겠다고 런던 증권거래소에 공시한 뒤 주주들에게 공개 매수를 제안했다.

시가보다 40%가량 비싸게 주식을 사겠다는 석유공사의 제안에 다나 주주 가운데 48.6%가 주식을 팔겠다는 의향서를 보냈다. 다나 측은 “최소 주당 21파운드 이상에 팔아야 한다”고 주주들을 설득했지만 결국 석유공사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석유공사는 이후 추가 매집을 통해 이 회사 지분 100%를 확보한 뒤 증시 상장(上場)을 폐지해 정확한 회사가치의 산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측은 석유공사가 메릴린치의 자문에 의구심을 제기하면서도 인수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2010년 석유공사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사회는 메릴린치 측의 자문에 대해 △다나의 당기순이익이 상당히 낮고 △향후 부채 상환 등에 10억 달러가 들어갈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투자는 예정대로 이뤄졌다.

부 의원은 “다나 인수가 석유공사가 투자한 사업 중 그나마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간업체를 통해 국내로 원유 110만 배럴(약 1361억 원어치)을 반입하고 배당 수익으로 2억8000만 달러(약 3080억 원)를 벌어들인 게 다나에서 얻은 이익의 전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측은 “다나의 광구에서 생산한 원유를 국내에 도입하는 등 에너지 확보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향후 탐사시추 등을 통한 추가 개발로 수익성을 강화해 재무구조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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