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창덕]주파수 확정 지연에 겉도는 재난망사업

김창덕기자

입력 2014-10-30 03:00 수정 2014-10-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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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지상파 편들기에 일정 꼬여… 주파수심의委 회의계획도 못잡아
기술적 검토 마친 미래부는 발동동… 2주내 확정 못하면 지연 불가피


김창덕·산업부
“마지노선은 11월 둘째 주입니다. 그때까지도 주파수가 안 정해지면 재난망 시범사업 일정은 2016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을 주관하는 안전행정부 관계자가 29일 전한 말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미 석 달 전에 재난망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끝냈다. 그러나 정부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재난망용 주파수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주파수를 확정하는 국무조정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는 이달 20일에야 첫 회의 겸 상견례를 했지만 아직 2차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주파수 확정이 미뤄지면 내년 시범사업 완료가 물 건너가고, 2017년을 목표로 잡은 본사업도 연쇄적으로 지연된다.

이미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이달 초 재난망 정보화전략계획(ISP) 사업자로 선정된 LG CNS는 기지국 및 단말기 설계 등 핵심 부문에 대해서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땅(주파수) 없이 집(단말기 등)부터 지을 순 없어서다. 안행부는 연내 시범사업 계획을 만들어 내년 3월 ISP 수립 직후 시범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었다. 통신망 구축 및 단말기 개발에 6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보더라도 최대한 빡빡하게 짠 일정이다. 재난망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재난망의 발목을 잡은 곳은 정치권이다. 세월호 참사 후 11년간 질질 끌어온 재난망 사업을 시급히 추진하라며 핏대를 올리던 국회의 모습은 흐지부지 사라졌다.

정부가 재난망에 할당하려는 주파수는 700MHz(메가헤르츠) 대역의 108MHz 폭(698∼806MHz 범위) 중 20MHz 폭이다. 그래서 당초 국회도 이견이 없다고 했다.

그러다 일부 의원은 재난망 결정에 앞서 700MHz 대역 중 절반을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에 우선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일이 꼬이고 있다. UHD방송 주파수를 할당하지 않으면 재난망용 주파수 할당도 동의할 수 없다는 소리다.

급해진 정부는 연일 여야 의원들을 찾아 설득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국회도 지상파는 어쩌지 못한다”는 푸념이나 “통신재벌의 이익을 위해 재난망으로 ‘주파수 알박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공격성 발언뿐이라고 한다.

27일 미래부 국감에 나선 한 야당 의원은 최양희 장관에게 ‘국리민복(國利民福)’을 따져 주파수 문제를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지상파 UHD 방송은 아직 글로벌 표준조차 없고 상용화 시점도 불투명하다.

통신용 주파수를 뺏어 지상파 방송사에 주는 게 왜 국가의 이익이고, 국민의 행복인지는 의문이 크다. 국민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이런 주장을 펼칠 권리를 국회의원들에게 준 적이 없다.

김창덕·산업부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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