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렬, “114가지 영양소 있는 우유, 국산도 세계최고 수준이죠”

계수미 전문기자

입력 2014-08-25 03:00 수정 2014-08-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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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컨슈머]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손정렬 위원장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손정렬 위원장은 국산 우유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도사다. 그가 입은 티셔츠에는 ‘국산우유사용 인증(K·MILK)’ 마크가 새겨져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역시 커피를 안 주고 우유를 주시네요. 맛이 아주 고소한데 어느 우유예요?”

“마트에서 우유를 골고루 사 와서 저도 모릅니다. 어느 특정 우유를 홍보하면 안 되거든요(웃음).”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손정렬 위원장(51). 활짝 웃으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 첫 만남인데도 친근한 인상을 준다. 올 3월에 임기를 시작한 그는 요즘 ‘세 살 우유, 백 살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우유 소비 촉진 캠페인을 펴고 있다.


―먼저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국내 6000여 우유 생산 농가에서 낸 기금으로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소비자들에게 국산 우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우유 소비를 촉진하는 일을 합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우유 품질을 개선하는 노력도 하고 있죠.”


―이력을 보니 낙농에 대한 전문성이 상당하던데….

“1943년 할아버지가 소 두 마리로 목축을 시작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목장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대학에서도 낙농을 전공했죠. 1987년 군 제대 후 바로 경기 가평에서 목장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벌써 27년이 되네요.”

손 위원장은 건국대 축산대 낙농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 수의과를 졸업했다. 현재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10여 개 낙농, 축산 관련 단체와 위원회에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소젖을 짜는 일을 많이 도왔고 우유도 참 많이 마셨다”면서 “덕분에 키가 183cm로 자랐다”고 자랑한다.


―최근 가장 중점을 두는 활동은….


“올해 한국낙농육우협회가 ‘국산우유 사용 인증(K·MILK)’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산 우유와 유제품에 대해 국산우유 사용 인증 마크를 붙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죠. 현재 우유와 유제품의 포장 겉면에 ‘국산원유 100%’ 등의 문구가 표기돼 있지만 눈에 잘 뜨이지 않고 통일성도 없어서 국산 우유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시작한 일입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이 사업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홍보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국산 우유의 품질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흔히 낙농 선진국으로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 뉴질랜드 등을 꼽습니다. 우리나라 1등급 우유 기준은 이들 낙농 선진국에 절대 뒤지지 않아요. 우유는 원유에 들어있는 체세포 수와 세균 수가 적을수록 좋은 등급을 받고 고품질유로 분류됩니다. 우리나라 1등급 우유는 1mL당 체세포 수가 20만 개 미만으로 덴마크 우유와 같습니다. 이에 비해 네덜란드와 뉴질랜드는 체세포 수 40만 개 미만을 1등급으로 판정하고 있죠. 세균 수는 우유 생산과 저장 과정의 위생 상태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데, 원유 1mL당 뉴질랜드는 1만 개 미만, 우리나라와 덴마크는 3만 개 미만, 프랑스는 5만 개 미만, 네덜란드는 10만 개 미만을 1등급 우유로 판정합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신촌의 한 광장에서 개최한 ‘도심 속 목장나들이 체험 행사’(왼쪽)와 우유과학교실의 한 장면(오른쪽).
―요즘 일반인들이 등장하는 우유 소비 촉진 TV 광고 캠페인이 눈길을 끌고 있는데….

“유명인 대신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인 모델들을 출연시켜 ‘평생 건강을 위해 평생 우유를 마시자’고 친근하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290여 가지 항목에 이르는 깐깐한 테스트를 거치고 365일 신선한 우유를 생산해 배달하는 우리 우유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었죠. 우리 몸에 좋은 114가지 영양소가 들어 있어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손 위원장은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펴고 있다. 8월 하순까지 한 달간 어린이 우유과학 교실을 열어 젖소 성장과정에서부터 우유 생산 과정, 우유빙수 요리까지를 재미있게 보여주는가 하면,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우유보내기 운동에도 적극적이다.

“전 어릴 때부터 목장이 좋고 소가 참 좋았습니다. 할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제가 초등학생일 때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있던 목장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죠. 더위로 야외활동이 줄어든 아이들에게 행복했던 제 어린 시절의 체험을 간단하게나마 맛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손 위원장의 아버지는 젊은 아들에게 힘든 목장 일을 맡기고 싶어 하지 않았다. 40대쯤 가업을 이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와 몇 달간 신경전을 펴면서까지 일찍부터 목장 일을 고집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도 짤막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어린 아들에게 ‘크면 아빠 따라 목장 일을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죠. 그런데 생일잔치 날 유치원 선생님이 ‘커서 뭐 하고 싶니?’ 하고 물어보니까 아이가 우는 겁니다. 다음 날 선생님이 전화해서 그러는 거예요. ‘아빠가 목장 일을 하라는데, 자기는 경찰관이 되고 싶어 대답 못 하고 울었다고요.’ 지금 아들이 대학생인데, 낙농과를 가라니까 다른 전공을 택했어요. 다행히 딸이 목장에 관심이 많으니 4대 가업을 잇는 일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웃음).”

손 위원장은 최근 외국 원유 수입이 늘고, 저출산과 대체 음료 증가 등으로 국내 우유 소비량이 줄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 발표 1일 우유 섭취 권장량(성인 기준)은 200mL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일 우유 섭취량은 77mL로 이에 훨씬 못 미친다. 그는 “낙농가들이 걱정 없이 품질 높은 우유를 생산하는 데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우유에는 이런 효능도 있어요!’ 식품영양학자 2인의 조언▼


비만 위험 줄여줘요

“성인 7000여 명의 식습관 조사 결과 우유와 요구르트를 거의 먹지 않는 그룹에 비해 한달에 1잔(200mL)을 먹는 그룹의 비만 위험도가 29% 줄었으며, 2잔을 먹을 경우 37%가 줄어들었다. 유제품, 특히 우유 속에 함유된 칼슘, 생리활성 펩타이드, 유청단백질 등은 비만 위험도를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을지대 식품영양학과 이해정 교수


우울증 예방하고 신경도 안정시켜요


‘완전식품’으로 손꼽히는 우유에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있다. 특히 트립토판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을 만드는 원료로 우울증을 예방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우유에는 칼슘이 풍부한데, 다른 식품에 비해 체내 흡수율이 매우 좋으므로 뼈를 튼튼하게 하고 성장을 촉진시키며 노년기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 좋다.

―단국대 대학원 생명융합학과(식품영양 전공) 계수경 교수

계수미 전문기자 soom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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