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희 “잠재력 갖춘 中企 30만개, 일류기업 키우는게 창조경제”

정리=김창덕기자

입력 2014-08-22 03:00 수정 2014-08-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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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듣는다 대담=천광암 산업부장

“창조경제란 0에서 100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기존에 10이나 20을 가진 사람이 창조적 활동을 통해 100으로 발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국내 중소기업 300만 개 중 20만∼30만 개는 지금보다 부가가치를 훨씬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이들이 점프해서 일류기업이 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바로 창조경제입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X프로젝트’를 포함한 창조경제 실현방안과 소프트웨어(SW) 교육 강화 등 미래부가 추진 중인 사업들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X프로젝트’는 최 장관이 역점을 둘 신규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을 뜻한다.

지난달 16일 취임한 뒤 처음으로 갖는 공식 인터뷰인 만큼 최 장관은 미래부의 역할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미래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창업교류센터 ‘드림엔터’를 인터뷰 장소를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이날 인터뷰는 천광암 동아일보 산업부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X프로젝트’를 마련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점잖고 소양이 깊고 문화수준도 높은 반면 틀을 깨는 게 조금 느린 편입니다. 틀을 깨고 상상력을 바탕으로 도전하고 싸우는 삶을 살지 않았던 것이죠. 기존의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은 많은 연구실을 잘 운영하면서 기본적인 실적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안정적인 실적은 얻을 수 있지만 획기적인 결과가 나오긴 힘들죠.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높더라도 매우 도전적인 과제를 주자’ ‘그 과제를 여러 사람이 경쟁적으로 하도록 해보자’고 생각한 겁니다. X프로젝트에서 X는 과감한 목표를 뜻합니다. X에 도전하다 성공하면 정말 행복한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자산들이 남을 수 있습니다.”


―‘X프로젝트’가 어떤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나요.


“X프로젝트에 대한 도전자가 많아지고 또 이들이 도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X들이 많이 생겨날 겁니다. 창의성을 갖춘 이들은 X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창업을 할 수도 있고, 또 꼭 X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다른 성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들은 초기엔 매우 불안하지만 다이내믹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계기를 만나면 1년에 100배, 1000배 성장하게 됩니다. 최근 전 세계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은 모두 이 패턴을 따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걸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X프로젝트의 목표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났지만 창조경제의 성과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는 나라 전체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 1, 2년 내에는 이룰 수는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니까요. 다만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 할 수 있는 도전자들의 성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모두 모아 다음 달 중순 ‘창조경제 전략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창조경제는 지금 이륙준비가 된 상태예요. 제 바람은 10년 뒤 다른 나라가 한국을 창조경제의 모델 국가로 삼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창조경제가 실물경제 발전이나 고용문제 해결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할 텐데….


“창조경제라고 해서 창업이나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중소기업들도 창조경제의 주역입니다. 현재 매출액이 몇십억 원에 불과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1000억 원으로 성장한다면 일자리가 얼마나 많이 늘어나겠습니까. 그런 회사가 매년 1000개씩 나오면 10년이면 1만 개가 됩니다. 그들이 50명씩만 더 고용해도 50만 개의 추가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죠.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한국의 창조적 일자리는 21%입니다. 지금부터 매년 1%포인트씩만 올리면 10년 후에는 30%가 넘어 세계 톱 수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창조경제의 구심점은 여전히 미래부입니까.

“미래부가 정부 내에서 창조경제의 중심부서인 것은 맞지만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뿐입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민간이죠. 지금 시대에 민간은 창조를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지 않습니까. 정부는 개인이나 영세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마중물을 부어주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그런 조력자인 것입니다.”


―최근 발표한 SW 교육 강화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과정이 포함되는 건가요.

“많은 분들이 ‘또 다른 암기과목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SW 본질은 풀어야 할 문제가 주어졌을 때 해결방안을 생각하는 것이 90% 이상입니다. 생각을 하는 게 우선이고 프로그램이라는 언어로 표시를 하는 것은 나중이죠. 지금까지 SW 교육은 워드 프로세서 같은 SW 활용법과 어려운 프로그램 언어만 가르쳤어요.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게 당연했습니다. 미래부와 교육부가 준비하고 있는 SW 교육은 생각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왜 초·중학생까지도 SW를 알아야 합니까.


“고등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과 무작정 서울대 교수님들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들었던 말씀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어렸을 때 누가 멘토링을 해주거나 길을 보여주는 게 엄청 중요한 것이죠. 과학이나 SW 등도 어려서부터 눈을 뜨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최근 미래부 직원 및 산하기관의 비리가 불거진 바 있습니다.

“장관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R&D 등과 관련된 비리는 복잡한 관리시스템과 공직자 및 연구원의 윤리의식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향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불관용의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리=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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