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소통으로 ‘造船 1번지’ 부활 뱃고동

부산=최예나기자

입력 2014-07-14 03:00 수정 2014-07-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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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시련 딛고… 3년만에 商船 생산 재개한 한진重 영도조선소 가보니

“빨리 일하고 싶습니다. 남은 휴직자 200여 명이 원래 예상했던 시점(내년 상반기)보다 더 빨리 복귀하게 해주세요.”(노조 측)

“회사는 이익을 내야 하는 만큼 재개되는 공정 순서대로 복귀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잘 아니 가능한 금년 내로 모두 복귀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최성문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사장)

7일 오후 2시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노사간담회가 열렸다. 영도조선소는 2011년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노사 갈등을 겪은 이후 일감이 없어 생산직의 절반(400여 명)이 순환휴업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던 영도조선소가 3년 만에 상선 생산을 재개했다. 1일 강재 절단식을 기점으로 터키 선주사로부터 수주한 18만 t급 벌크선 생산이 시작됐다. 1일에만 80여 명이 복귀했다. 근로자들은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났다.


○ 불신에서 소통으로


최 사장은 “노사 분규를 겪으며 서로 많이 깨달았다”며 “나는 직원들에게 회사 사정을 솔직히 이야기한다. 직원들도 이제 건설적인 대화를 한다”고 말했다. 생산직 근로자 심모 씨는 “쉬면서 다른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내 회사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꼈다. 파업에 적극 관여했던 직원들 인식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2011년 당시에는 사측과 이야기하는 근로자는 ‘어용’ 취급을 받았다. 노사는 서로 적이었다. 노사가 그해 11월 해고자 전원 재고용에 합의하며 갈등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불황과 파업 여파로 수주가 이뤄지지 않았다. 복수노조 허용으로 2012년 1월 설립된 한진중공업 노조는 정치투쟁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전체 조합원 701명 중 571명이 기존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를 탈퇴하고 새 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기존 노조를 중심으로 시신 시위까지 벌어지며 갈등이 다시 극에 달했다.


○ “회사가 없으면 나도 없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최 사장은 노사 간 불신을 없애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취임식 때 노래 한 곡을 틀었다.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가수 더 원의 ‘지나간다’를 들으며 직원들은 눈물을 흘렸다.

최 사장은 매주 월요일 생산직 근로자 10명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않던 근로자들이 “오래 일을 쉬어선지 현장에 파이프가 녹슬었다” 등의 말을 내놨다. 최 사장은 현장을 살피고 파이프를 교체했다. “회사가 어려우니 조금만 참아 달라”고 설득도 했다.

점차 변화가 일어났다. 노조가 회사 살리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선주에게 직접 “노사분규 없이 최고의 선박을 적기에 납품하겠다”는 편지를 보내는 등 수주에 힘썼다. 선박 건조는 납기를 맞추는 게 생명인데 분규와 파업으로 영도조선소를 불신하는 선주들이 많았다. 2011, 2012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던 영도조선소는 지난해 15척(6억9000만 달러)을 수주했다.


○ “마음으로 들어라”


7일 만난 영도조선소 근로자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본격적인 건조 작업은 하반기에 집중되는 만큼 아직은 그다지 분주하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전과 달랐다.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임대를 줬던 독(dock)도 깨끗이 비운 채 작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3일 세계 최초로 수주한 범용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선(연료공급 선박) 2척의 건조작업이 내년 하반기 시작되면 근로자는 더 늘어난다. 영도조선소는 앞으로 고기술 특수목적선 생산기지로 특화해 ‘조선 1번지’의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소통밖에 없다.” 노동계에서 하투(夏鬪)가 가시화된 가운데 노사문제 해결 방법을 묻자 최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취임하면서 (관대한 마음으로 남을 받아들인다는 뜻의) ‘섭수(攝受)’라는 단어를 벽에 걸어뒀다. ‘섭’은 손을 귀에 갖다 대는 형상인데 왜 귀가 세 개인지 아나. 육체의 귀뿐 아니라 마음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으라는 뜻이다. 내 주장을 펴기 전에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면 된다.”

부산=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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