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스마트폰 ‘아리랑’ 공개로 본 ICT 수준은?

정호재 기자

입력 2014-06-18 03:00 수정 2014-06-18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이동통신 가입자 2013년 200만명 넘어… 블루투스 활용 드라마-가요파일 공유

북한 최초의 스마트폰 ‘아리랑’의 실체가 자세히 공개되면서 폐쇄 국가 북한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북한 당국은 자국의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실제 한류(韓流) 콘텐츠도 스마트폰을 비롯한 최신 휴대 기기를 통해 북한 사회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통계와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할 때 현재 북한의 유선·무선 통신 보급률은 100명당 8명 수준이다.


○ 이집트 통신회사와 이동통신 합작서비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2007년 이후 유선전화 보급률은 변화가 없는데 이동통신 보급률은 급격히 증가하는 점에 주목한다. 북한의 통신사 ‘고려링크’는 최근 자체 제작했다고 주장하는 스마트폰 아리랑과 태블릿PC인 삼지연을 내세워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이 통신사는 2008년 이집트 통신기업 오라스콤과 합작으로 세워졌다.

이동통신 보급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나타난다. 지역마다 차이가 컸던 장마당(시장) 물가가 비슷해지고 상거래도 활성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 휴대전화 서비스가 본격화된 시점은 2010년경. 중국산 저가 휴대전화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평양을 넘어 지방까지 이동통신이 보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라스콤의 2012년 투자보고서는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북한의 약 14% 지역에 기지국을 세웠고 전체 인구의 약 94%가 고려링크의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에 거주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기술혁신이라고 보고 적극 보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결과 북한 이동통신 가입자는 2010년 이후 매분기 10만 명 이상씩 늘어 지난해 200만 명에 이르렀다는 것.

이영훈 SK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고려링크 가입자들은 기본요금(북한 돈 3000원)으로 월 200∼300분의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200개를 쓰고, 그 이상은 충전카드를 따로 사 해결한다”며 “3세대(3G)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기술로 서비스하지만 국제전화는 물론 무선인터넷 역시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휴대전화기를 음성전화 이외에는 주로 오락 기기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가요와 드라마, 성인 콘텐츠 등의 파일을 공유해 즐긴다는 얘기다.

이동통신 보급은 정치 사회적으로도 미묘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최근 북한의 한 소식통은 “최근 발생한 평양 시내의 고층 아파트 건물 붕괴 사건을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언론에 공개한 이유도 휴대전화 보급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 “휴대전화 보급은 큰 변화를 불러올 것”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는 북한 내에서 팔리는 휴대전화의 높은 가격(100∼400달러)과 통신비를 부담할 만한 중산층 인구로 미뤄 북한 당국이 발표한 이동통신 200만 가입자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국제방송인 ‘미국의 소리(VOA)’의 김연호 기자는 올해 초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와 함께 ‘북한의 이동통신(Cell phone in North Korea)’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만 가입자라는 수는 북한 이동통신시장의 모호한 요금체계와 우선 지급된 공무용 전화기 등의 요인으로 인해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기자는 또 대도시 및 특정 계층에 서비스가 한정돼 있고 인터넷이 불가능한 점을 들어 이동통신 확산이 단기간에 북한의 정치적 변화로까지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그는 “북-중 접경지대에서 주민들이 중국과 북한의 휴대전화를 동시에 사용해 간접 방식의 국제전화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이런 방식으로 외부와의 소통이 증가하면 북한 주민의 삶의 질과 형태에도 결국은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