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은행장… 사상 첫 동시 중징계

동아일보

입력 2014-06-10 03:00 수정 2014-06-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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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잇단 사고-내분사태 問責… 26일 징계수위 확정前 사전 통보
자진사퇴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지배구조 다시 요동칠 전망


금융당국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잇따른 금융사고와 경영진 내분 사태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에게 동시에 중징계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다시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 중징계가 최종 확정될 경우 지난해 7월 나란히 취임한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남은 2년여의 임기를 완주하지 못하고 자진 사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KB금융에 대한 기관경고마저 예고돼 현재 진행 중인 LIG손해보험 인수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황영기 전 회장, 강정원 전 행장, 어윤대 전 회장이 모두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아 물러난 데 이어 현직 수장들까지 동시에 불명예를 안은 KB금융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거세지는 동반 퇴진론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를 끝내고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두 기관에 대해 기관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은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들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일본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및 위조, 1조 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등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사고와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경영진 갈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징계 수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사안은 경징계 대상일 수 있지만 누적된 사고와 지속적인 내부 통제 상실을 종합하면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며 “금융권 사건, 사고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엄중 제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이 불가능하고 퇴직 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도 제한돼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징계 중 해임권고나 직무정지가 아닌 문책 경고는 법적으로 현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조직에 줄 악영향 등을 고려해 물러나는 게 관례였다”며 “두 사람도 자진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KB 지배구조 지각변동 예상

일각에서는 최근 문책 경고를 받았지만 내년 3월까지 잔여 임기를 채우겠다고 밝힌 김종준 하나은행장처럼 당장 두 사람이 동반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회장과 행장이 동반 퇴진하면 KB금융의 경영 공백이 미칠 충격이 크다는 점도 금융당국에는 부담이다. 당사자들의 소명이 받아들여지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일단 소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이번 기회에 KB금융의 지배구조를 뜯어고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 내부에서 신망 받는 인물이 발탁돼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는 경영진 교체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 KB지주와 국민은행이 기관경고를 받으면 앞으로 3년간 부수 업무 등 신규사업 진출이나 다른 금융회사 인수가 어려워진다. LIG손해보험을 비롯해 비(非)은행 금융회사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려던 KB금융의 경영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임수 imsoo@donga.com·유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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