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10년, CEO에게 듣는다]<1>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동아일보

입력 2014-06-03 03:00 수정 2014-06-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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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수익보다 기업가치 강화에 역점”

“한국 자본시장에서 사모(私募)펀드는 대기업을 대체할 대안(代案)자본으로 성장했습니다. 사모펀드가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긍정적 측면이 좀 더 부각됐으면 합니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겸 사모펀드협의회장은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AIA타워에 있는 보고펀드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권을 인수함으로써 기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단기 수익성을 추구하기보다 시설투자와 인재채용 등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구사하는 국내 사모펀드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보고펀드가 비데업체 노비타나 BC카드 경영권을 갖고 있을 때 전문가를 영입하고 비효율적인 사업부를 매각해 기업가치를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5년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이재우 전 리먼브러더스 한국대표, 신재하 전 모건스탠리 한국지사 기업금융부문 대표 등이 공동 설립한 보고펀드는 국내 최초의 토종 사모펀드다. 나중에 박병무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합류해 4인 대표체제가 된 보고펀드는 2006년 동양생명, 2007년 아이리버, 2009년 비씨카드, 2011년 BKR(한국 버거킹)를 인수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보고펀드는 최근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박, 신 대표 등은 부대표들과 함께 지금까지처럼 경영권 인수에 집중하고 이 대표는 대체투자 사업에 매진하기로 한 것. 이 대표는 “기존의 기업경영 지분투자 외에 대체투자 영역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분야 전문가도 적극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고펀드가 대체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경영권 인수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든 환경이라 다양한 투자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완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모펀드의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고 국내 연기금은 다양한 형태의 대체투자를 통해 투자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추세”라는 점이 이 대표가 이렇게 방향을 잡은 이유다.

요즘 이 대표는 장기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구상 중이다. 그는 “기업 인수합병에 직접 투자하는 ‘프라이머리 펀드’와 이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세컨더리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단기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는 세컨더리 펀드에 투자해 원할 때 유동성을 확보하게 하면 장기 투자자가 바탕이 돼 기업의 잠재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이런 구상을 실현할 수 있다면 사모펀드가 ‘단기성 투기자금’이라는 세간의 나쁜 인식을 상당 부분 해소하면서 진정한 ‘한국형 사모펀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모펀드는 인적 구조조정을 쉽게 진행한다는 세간의 인식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인적 구조조정은 회사의 경영구조가 지나치게 방만하다고 판단될 때 매우 제한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라며 “회사 덩치가 커져야 사모펀드의 투자수익도 증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채용을 늘리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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