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린 정보로 보이스피싱… 2차피해 우려가 현실로

동아일보

입력 2014-04-10 03:00 수정 2014-04-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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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銀서 유출 1900건 악용 첫 적발
“저금리 전환” 3700만원 가로채… 경찰, 일당 4명 구속 - 5명 입건


지난해 씨티은행에서 유출된 개인정보 자료. 이름과 전화번호, 대출 기간 등의 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이 자료들이 보이스피싱에 활용됐다. 서울 강북경찰서 제공
은행 및 카드사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2차 범죄에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시중은행에서 유출된 개인 금융 정보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은행을 사칭해서 대출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이모 씨(43) 등 4명을 구속하고 텔레마케터 서모 씨(25)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씨 등은 3월 중순부터 약 보름간 경기 고양시 오피스텔 두 군데에 텔레마케팅 사무실을 차리고 피해자 10여 명에게서 37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씨티은행에서 유출된 개인정보 7000여 건 중 1912건을 이용해 기존 은행 대출자 중 대출 금리가 10% 이상인 고금리 대출자들에게 접근했다.

일당은 대출자들에게 은행 직원이나 서민금융센터 관계자 등으로 위장해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렇게 하려면 고금리 대출 실적을 쌓으라”고 속였다.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받도록 권한 뒤 대출금을 자신들의 대포통장 계좌에 입금하게 하는 수법을 썼다.

또 대출을 받으려면 서류가 필요하다며 현금카드 번호 및 비밀번호 등 추가 개인정보 326건을 수집해 이를 건당 1만 원씩 받고 인터넷을 통해 되팔기도 했다. 이들이 보이스피싱을 하기 전에 미리 확보한 정보는 이름 연락처 대출액 대출이율 대출잔액 대출일자 대출만기일자 직장명 주민등록번호 등이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언제 얼마를 대출받았는지 알고 전화하는 바람에 해당 은행 직원이 저금리 서비스를 소개해주는 줄 알고 이들의 말을 쉽게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 씨티銀 “피해 고객에 개별통지… 보상할 것” ▼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번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고객 대출정보 1912건은 지난해 말 창원지검 수사 당시 밝혀졌던 유출 정보의 파일과 똑같은 형태”라며 “경찰 통보를 받고 확인해 보니 씨티은행 고객 정보가 맞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씨티은행 전 직원 박모 씨(38)가 회사 전산망에 저장된 3만4000여 건의 대출 채무자 고객 정보를 A4 용지 1100여 장에 출력해 대출모집인에게 넘겼다가 12월 적발됐다. 경찰은 이번 범행에 활용된 개인정보 입수 경위에 대해 일당 중 한 명이 전에 일했던 대부업체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1912건과 관련된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SMS)와 우편물로 일일이 개별통지를 했으며 해당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며 “2차 피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적 검토를 거쳐 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1월에는 KB국민 롯데 NH농협 카드 등 3사에서 1억40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바 있어 카드 고객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은지 kej09@donga.com·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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