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 아웃… 벌금 1억 이상땐 1000일간 유치

광주=이형주 기자 , 최예나기자

입력 2014-03-29 03:00 수정 2015-07-08 07:3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대법, 환형유치 개선 기준안 마련

앞으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72)의 일당 5억 원 노역과 같은 ‘황제 노역’이 사라진다. 대법원은 28일 전국수석부장판사회의를 열고 환형유치제도를 전면 개선하는 권고 기준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벌금이 1억 원 미만일 경우 노역 일당(환형유치 금액)을 10만 원으로 한다. 벌금이 1억 원 이상일 경우 노역 일당을 벌금액의 1000분의 1로 정해 1000일간 노역장에 유치되도록 했다. 벌금 1억 원 이상 사건의 경우 일정 벌금액을 기준으로 노역 유치 기간의 하한선도 정했다. 이는 징역형과 함께 벌금형이 내려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관세 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사건에 적용된다.

벌금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이면 최소 노역 유치 기간은 300일,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500일, 50억 원 이상 100억 원 미만은 700일, 100억 원 이상이면 900일이다. 이들 범죄에 대한 벌금형은 범죄 이익 환수가 목적이므로 노역장 유치 기간을 줄여줘야 피고인이 벌금을 적극적으로 낸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만약 피고인이 탈세액이나 뇌물액 등 범죄 이익 금액을 선고 전에 스스로 냈을 경우 재판부가 본래 기준보다 한 단계 낮은 구간의 유치 기간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벌금 254억 원을 선고받은 허 전 회장에게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노역 유치 기간은 700∼1095일이 된다. 700일은 범죄 이익을 반납한 경우, 1095일은 형법에 규정된 노역장 유치 최대 기간(3년)이다. 일당은 2319만∼3628만 원이 된다.

그러나 새 기준을 적용해도 노역 일당이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귀족 노역’은 여전히 나올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노역장 유치 최대 기간을 규정한 형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고액 일당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판사가 권고안을 따르지 않아도 대법원이 강제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다. 대법원은 다음 주 최종 권고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역법관(향판) 제도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일부 수석부장은 향판 제도를 폐지하거나 판사가 지법부장 고법부장 법원장 등으로 승진·전보될 때마다 의무적으로 다른 권역에서 순환 근무하는 방안 등을 건의했다.

한편 광주지검은 이날 허 전 회장을 소환해 벌금 납부 계획과 국내외 재산보유 현황 등을 조사했다. 또 추가 횡령 배임 의혹 수사를 위해 광주지법 파산부에 대주그룹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고 특수부 검사 2명을 추가 투입했다.

허 전 회장은 이날 검찰 출두에 앞서 “가족들을 설득해 이른 시일 내에 (벌금을) 납부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압류한 허 전 회장 측의 그림 115점과 도자기 26점을 매각해 벌금을 환수키로 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