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시장 주춤” 고민 깊은 삼성전자

동아일보

입력 2014-01-25 03:00 수정 2014-0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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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영업이익 18% 줄어… 스마트폰 보급형 위주로 재편
초고화질 TV도 성장 장담못해


‘분기 실적은 악화, 연간 실적은 사상 최대.’

삼성전자가 상반된 내용의 2013년 연간 실적과 4분기(10∼12월) 실적을 24일 확정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 59조2800억 원, 영업이익 8조3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7∼9월)에 비해 매출은 2000억 원(0.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8500억 원(―18.2%)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은 3조2200억 원(5.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300억 원(―6%) 감소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매출 228조6900억 원, 영업이익 36조79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12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7조5860억 원(13.7%), 7조7410억 원(26.6%)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는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연말 재고 소진 △신경영 20주년 격려금 지급 등으로 인해 실적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이끌어온 ‘성장엔진’에 이상징후가 보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 보급형 중심으로 바뀌는 스마트폰 시장

“시장 전략을 잘못 세웠거나 경기가 갑자기 악화돼 실적이 나빠졌으면 차라리 속 편하다. 시장 흐름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바뀌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책임지며 ‘원톱’ 역할을 해온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6조5700억 원, 5조4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조8600억 원(19.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갖고 있는 대당 3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 시장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게 부진한 이유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09년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53.5%를 차지했던 3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은 지난해 34.9%로 줄었다.

또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대당 평균 272달러, 애플은 평균 575달러에 판매됐다. 전체 시장에서 보급형 제품 비중이 더 커지면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화웨이와 레노버 같은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혁신기술이 꼭 새로운 돌파구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를 만회할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중 하나는 초고화질(UHD) TV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10일 열린 ‘가전전시회(CES) 2014’에서 삼성전자는 UHD TV를 대거 공개했다. 이 중에는 화면을 구부릴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가변형 TV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새로운 프리미엄 TV 시장의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들 중 상당수가 UHD TV보다 낮은 기술이 적용된 HD나 풀HD TV의 화질에도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금 기술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기대만큼 시장이 커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우려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최선호 인턴기자 경희대 영미어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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