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외수는 왜 스스로 감옥 철창에 들어갔을까?

동아일보

입력 2014-01-08 17:48 수정 2014-01-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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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기업가, 위대한 예술가, 신화적 영웅 등을 생각할 때 우리는 흔히 '불굴의 의지'라는 단어부터 떠올린다. 이들은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들도 유혹 앞에서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지만으로 뿌리칠 수 없던 유혹을 그들이 어떻게 극복했느냐를 살펴보는 게 훨씬 큰 도움을 준다.

소설 '레미제라블'과 '노틀담의 꼽추'를 쓴 19세기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 그는 유희에 빠져 오랜 시간 글을 쓰지 않다가 어느 날 결심을 한다. 하인을 글방으로 데려가 속옷까지 다 벗어준 뒤에 해가 질 때까지는 절대로 옷을 갖다 주지 말라고 지시한 것.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자기 자신을 통제한 것이다. 우리나라 작가 이외수씨도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아 생계가 막막해지자 고물상에서 감옥 철창을 구입해 집에 설치했다. 그리고 원고를 탈고할 때 까지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말도록 아내에게 부탁했다.

빅토르 위고나 이외수 작가처럼 상황의 힘을 이용해 어쩔 수 없이 실천할 수밖에 없도록 자신을 속박하는 방법을 '가두리 기법'이라고 한다.

가두리 기법 이외에도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퇴로 차단법'이다. 나폴레옹은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기 위해 부관에게 건너왔던 다리를 불 지르라고 명령했다. 줄리어스 시저, 진나라 항우도 배를 불태우거나 침몰시켜 퇴로를 막은 뒤에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퇴로 차단법'과 '가두리 기법'은 비단 예술가나 군지휘관들만 활용한 게 아니었다. 위대한 기업가들도 자주 사용한 방법이었다.

애플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는 한때 봉급으로 1달러만 받기로 했다. 그 대신 회사를 회생시켜 스톡옵션으로 엄청난 수입을 챙겼다. 애초에 자신이 기업을 회생시켜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세계적인 광고회사 사치앤사치의 CEO 케빈 로버츠도 메리퀀트라는 회사에 이력서를 내면서 6개월간 전임자 월급의 절반만 받겠다고 제안했다. 자신을 능력을 보고 이후에 다시 연봉 협상을 진행하자는 얘기였다. 역시나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당장 고통을 주는 일이라면 별짓을 다해서라도 피하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이다. 아무리 하지 말아야 할 일도 그 순간 쾌감을 주는 일에는 마음이 혹하는 게 인간 본성이기도 하다. 정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퇴로를 차단하고 스스로를 가두고라도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옳은 이유'만으로 실천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실천하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 그쪽으로 도망칠 수 있는 퇴로를 차단하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도록 가두리를 설치하자.

재테크를 위해 종잣돈을 모으려고 결심했는가?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한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돈을 모을 수 없다. 신용카드 사용한도를 하향 조정하고 수입 중 일정액이 적금통장으로 미리 빠져나가도록 자동이체를 신청해둬야 한다. 영어공부 하기로 결심했다면 퇴근 직후 수강해야 하는 영어학원부터 등록하면 된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다면? 첫 교시 수업을 듣거나 새벽 스터디 모임의 간사 일을 자청하면 된다.

이민규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lmk@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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