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프로보노 재능나눔 실천

동아경제

입력 2013-12-12 11:02 수정 2013-12-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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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중에 가장 쉬운 기부가 돈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 기부 중에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재능기부라고 한다. 재능기부란 직접 참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관악구의 전문가들이 모여 지식기부를 하기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어느 한 분야의 단체나 협회 차원의 재능기부가 아니라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공인노무사, 공인중개사, 직업상담사, 금융전문가 등 민생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 전문가와 단체들이 참여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관악구노동복지센터 민생법률상담지원단 무료상담 나서

관악구노동복지센터(센터장 전용배)는 지난달 14일 개소식에 맞춰 관악구내 분야별 전문가(단체)들이 참여한 ‘우리동네 프로보노 민생법률상담지원단’을 꾸렸다. 민생법률상담지원단은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요일별로 나눠 무료로 상담한다.

월요일은 변호사와 법무사가 격주로, 화요일은 공인노무사가, 수요일은 세무사, 목요일은 공인중개사, 금요일은 직업상담사와 금융전문인이 격주로 상담을 한다. 관악구노동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일인 만큼 노동법률상담은 기본이다. 취약계층 근로자의 체불이나 노동권리에 대한 상담은 민생법률상담지원단을 거치지 않더라도 시민명예노동옴부즈만(공인노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전화상담이나 온라인상담, 방문상담 등으로 상담할 수 있다.


#노무분야는 물론 민생고충까지 상담

관악구노동복지센터의 민생법률상담지원단은 근로자로서 겪는 애로사항 뿐 아니라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한편으로는 사업주로서 겪을 수 있는 고충까지 모두 상담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특히 구청 등 행정기관 중심으로 설립된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 비영리재단이 출발점이 되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지역 내 주민들이 스스로 뜻을 모아 이웃을 위해 지식을 나누자며 뭉친 것이다.


#지역내 세무사 등 전문가들 이웃사랑 실천

관악구노동복지센터는 관악구청의 비예산사업으로 시작됐다. 예산은 없지만 영세 사업장이 많은 관악구의 지역경제 환경을 감안하면 노동복지센터가 절실하니 일단 시작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예산이 없으니 아무도 달려들지 않았다. 다만 비영리단체인 재단법인 피플(이사장 박완수) 영역을 확장하는 의미로 위탁공모에 참여해 일을 맡은 것이다.

관악구노동복지센터는 비예산 사업으로 가장 효율적인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지역에 살며 지역에서 일을 하는 전문가들이라면 지역에 대한 봉사의 마음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전문가들을 찾아 나섰다.

먼저 가장 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노무 분야의 무료 상담을 생각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공인노무사들이 무료 상담에 흔쾌히 동의했다.

이어 세무사들을 찾아 나섰다. 세무사들은 관악구 지역협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금천지역세무사회에 포함돼 있었다. 김중우 서울지방세무사회 금천지역세무사회 회장은 “세무사회 차원에서 매일 오후 2~4시 금천세무서에서 무료상담 활동을 하고 있어 중복된 감이 없지 않지만 분야별 전문가들의 모임이라는 취지가 좋고 또 관악구청 앞 노동복지센터에서 진행되면 주민들이 더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요즘 같은 전세난에 깡통전세, 전세대출, 월세계약 등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도 많을 것으로 판단,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악지회를 찾아갔다. 석민호 관악지회장은 “저는 이미 서울시에서 9년 동안 자원봉사를 해왔다”며 “지역에서 민간 차원의 재능기부단이 구성되면 구청의 행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동참을 약속했다.

금천지역세무사회와 공인중개사 관악지회는 관악구노동복지센터와 사회공헌협약도 함께 체결했다. 협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양광석 법무사는 “구청 앞에서 일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싶었는데 바쁘다보니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는데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동참했다. 양 법무사는 인터넷강의도 진행하고 있는데 생활에 필요한 기초법률 사항은 관악구노동복지센터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홍희영 관악구청 일자리사업과장은 “민생법률상담은 지자체보다 민간 차원의 전문가 자원봉사가 훨씬 효과적”이라며 “이러한 전문가들의 재능기부는 일선 행정에도 큰 보탬이 된다”며 환영했다.

지역 내 사회적경제생태계 조성, 일자리 환경개선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홍 과장은 “구민들이 자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재능기부에 나선만큼 구청에서도 지원 가능한 행정적 조치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관악구노동복지센터 민생법률상담지원단은 이제 출범 단계라 아직 홍보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판단, 센터에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현장을 찾아가는 상담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최소한 12월부터 3개월 정도는 관내 필요한 곳마다 찾아다니며 상담을 하고, 학교를 찾아가 직업교육 등도 하기로 했다.

실제로 민생법률상담지원단이 출범하니 문의가 잇따랐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난달 29일 직원들을 새로 채용하면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는지 포괄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상담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지영 공인노무사가 수차례 상담을 거쳐 자문했다.

지난 6일은 ‘상담대박’날이었다. 그간 일정을 조율하다 연결된 것이 서울산업정보학교(관악구 대학동)와 나눔방앗간. 서울산업정보학교에서는 이만수 공인노무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아르바이트 할 때 권리에 대해 강의를 했는데 최저시급 및 야간근무 시 급여책정법 등에 대해 알려줄 땐 학생 눈빛이 반짝였다. 선생님들도 “외부에서 강사가 와서 강의를 하니 아이들이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호평했고, 학생들도 “젊은 노무사가 형 같아서 더 친근감이 들었다”며 좋아했다.

같은 날 관악구 봉천동 소재 나눔방앗간에서는 이수연 공인노무사가 오상록 전무와의 노무 관련 상담을 진행했다. 노무관련 취업규칙, 최저 임금, 근로기준법 등 실제 근로자와 밀접한 문제부터 하나하나 상담했다.

서민들을 위한 재능기부에 동참하고자 하는 전문가나 상담을 받고자하는 주민은 누구나 관악구노동복지센터(☎070-4107-5785)로 연락하면 된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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