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두개의 安全 관제탑’

동아일보

입력 2013-12-06 03:00 수정 2013-12-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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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본사 통제실 가보니

▲ 4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제주항공 본사에서 박홍일 기장(오른쪽)과 이홍 과장이 운항품질보증(FOQA) 시스템을 이용해 항공기 착륙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항공 제공
《 “회사 규정상 착륙하기 전 지상 약 9m에서 6m 사이에 항공기 출력을 줄여야 하는데 모니터를 확인하면 3m에서부터 줄이기 시작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비행기가 착륙해 멈추는 데까지 시간이 더 걸리죠.” 4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공항 화물청사 3층 제주항공 본사 운항품질보증(FOQA·Flight Operational Quality Assurance)실에서 만난 이홍 과장은 모니터를 보며 이같이 설명했다. 》

모니터는 운항을 마치고 돌아온 항공기의 블랙박스 기록을 바탕으로 어떤 자세로 착륙했는지, 당시 조종사가 조종간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등을 생생하게 보여줘 마치 조종석에 앉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과장은 “여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는 프랑스 SAGEM의 장비로 대한항공이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종류”라고 말했다.


○ ‘탑건’보다는 표준화된 운항

FOQA실은 항공기의 운항이 규정대로 이뤄졌는지를 감독하는 곳이다. 이착륙 시 항공기의 속도, 지면과의 각도는 물론이고 비행할 때 고도를 얼마나 변경했는지 등 155가지 항목을 평가한다. 예를 들면 ‘활주로 진입 당시 고도는 약 15m여야 하며, 각도는 3도를 유지하고, 착륙 당시 중력은 2.1G를 넘으면 안 된다’ 같은 것이다.

이 과장은 “일반 승객은 착륙 각도가 3도인지 4도인지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운항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이처럼 세세한 수치까지 규정을 만들어 지키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종사들이 갖춰야 하는 것은 ‘탑건’ 수준의 조종 실력이 아니라 표준화된 비행”이라고 강조했다. 하루 평균 FOQA실에 들어오는 비행기 블랙박스 기록은 70여 건에 이른다.

조종사들도 수시로 FOQA실을 찾아 자신의 비행을 점검한다. 본사 조종사들이 이용하는 공용 PC 바탕화면에도 ‘FOQA 리뷰의 생활화’라는 문구가 있었다. FOQA실에서 만난 박홍일 기장은 “사규를 숙지하고 있다 해도 조종사들은 처음에 어느 기관, 어떤 교관에게 배웠느냐에 따라 조종 습관이 조금씩 다르다”며 “자신의 비행을 리뷰해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얼마 전에는 최규남 사장이 ‘내가 탄 비행기가 제대로 규정을 지켰는지 보고 싶다’며 FOQA실을 방문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 “사고 나면 회사 문 닫는다” 각오 다져

저비용항공사(LCC)는 대형항공사보다 안전하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대형항공사 못지않은 안전장비들을 보유하고 있다. 5월 일본에서 도입한 ‘웨더뉴스’ 기상정보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세계 1위 기상정보 제공기업인 웨더뉴스의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대한항공에 이어 제주항공이 두 번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우리 항공기상청은 보통 6시간마다 한 번 기상예보를 하는데 웨더뉴스를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기상 변동을 체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더뉴스 일본 본사는 매일 오전 7시 화상회의를 통해 제주항공이 취항한 공항들의 기상상태를 브리핑해주는 ‘맞춤형 예보’를 하고 공항 폐쇄회로(CC)TV 화면도 제공한다.

제주항공은 웨더뉴스의 기상정보를 활용해 태풍이나 이상기류를 피하려면 어떤 항로와 고도를 선택해야 할지, 회항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연료를 얼마나 실을지 등을 판단한다.

제주항공 모든 항공기의 운항 상황을 통제하는 운항통제실에 들어가 보니 대형 모니터 3개 가운데 중앙 모니터에 웨더뉴스 화면이 떠있었다. 양우석 운항관리사는 “오늘 새벽 중국의 미세먼지에 안개까지 겹쳐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모두 착륙이 불가능했다”며 “웨더뉴스에서 실시간으로 기상 상황을 알려줘 빠르고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처럼 안전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것은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이 매주 임원회의에서 ‘사고 나면 회사 문 닫아야 한다. 안전에 돈을 아끼지 말라’고 강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항공이 2006년 운항 시작 이후 단 한 번도 인명사고를 내지 않고 꾸준히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것은 회사가 안전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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