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13> 삼성SDS-서울 마천중앙시장

동아일보

입력 2013-10-29 03:00 수정 2013-10-2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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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 콕 누르면 점포위치-할인정보 쫙~ 첨단시장 떴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마천동 마천중앙시장 입구에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 앞에서 상인들이 사용 방법을 손님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자세한 지도와 함께 시장 내 가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시장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가게의 위치 특징 정보가 줄줄 나오고, 칭찬 도장도 찍고… 이거 물건이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마천동 마천중앙시장. 시장 입구 길쭉한 막대기둥 모양의 광고판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단순한 안내판 정도겠지 생각했는데 볼수록 재미있다. 여기엔 점포의 상세한 위치는 물론이고 대표 판매상품, 할인행사 등 다양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었다. 삼성SDS가 지난달 마천중앙시장 입구에 설치한 ‘디지털 사이니지’다. 》  


○ 시장 정보가 한눈에… ‘똑똑한 전통시장’

‘디지털 사이니지’는 영상이나 정보를 디스플레이 기기에 표시하는 광고매체를 일컫는 말. 공항, 호텔 등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는 전광판이 대표적 사례다. 마천중앙시장에 설치한 디지털 사이니지는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시장에 대한 실시간 정보가 술술 나온다.

예를 들어 하단 메뉴에서 ‘농산·청과’를 선택하면 해당 점포들의 위치가 시장 전체 지도에 표시된다. 한 점포를 클릭하면 가게 이름, 대표상품, 휴무일자, 전화번호 등의 정보가 나타난다. 배달과 예약은 가능한지, 신용카드와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쇼핑을 마친 뒤에는 구매후기와 건의사항 등도 남길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가게에는 ‘칭찬도장’도 남길 수 있어 어떤 가게가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주부 박지연 씨(43)은 “시장에 오면 원하는 가게를 찾느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할 때가 많은데 시장 입구에 안내판이 있어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2015년까지 전국 30개 전통시장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디지털 사이니지 6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ICT 역량 교육도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 또는 인터넷으로 시장매출을 올리는 방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 스마트폰 촬영·편집 등을 주 2회 3시간씩 4주에 걸쳐 진행했다. ICT를 활용해 성공한 점포를 직접 방문하는 등 현장교육도 실시했다. SNS 교육을 받은 상인들이 페이스북으로 할인 정보를 보내면 실시간으로 시장 입구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에 노출된다.

유재훈 마천중앙시장 상인회장(56)은 “디지털 사이니지가 우리 시장 랜드마크 역할을 하면서 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많이 늘었다”며 “디지털 사이니지와 ICT 교육이 상인회∼상인∼고객을 연결하는 좋은 통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전통시장 기자단’이 구석구석 홍보

“언제부터 장사 시작하셨어요? 고추전 맛이 담백하고 깔끔한데 비결은 뭔가요?”

17일 오후 마천중앙시장에는 파란 조끼를 입은 기자들이 시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전을 주문한 뒤 사진을 찍고, 맛도 보면서 취재수첩에 기록했다. 상품이 특이한 가게, 역사가 오래된 가게 등을 훑고 다녔다.

이들은 진짜 신문기자가 아니라 삼성SDS가 삼성그룹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선발한 ‘전통시장 임직원 기자단’이다. 16일 서울·경기지역 16명 등 전국에서 선발된 30명의 기자들은 전통시장의 멋과 재미를 삼성그룹 임직원들에게 전달하게 된다.

기자단으로 이날 시장을 찾은 삼성SDS 김소현 사원(25·여)은 “전통시장의 특징과 장점을 사우들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SDS는 지난달 16일 삼성그룹 임직원 대상으로 사내 인트라넷에 전통시장 웹사이트를 열었다. 전국에 있는 전통시장에 관한 체험기, 베스트 추천 점포 및 집·회사 주변 시장 찾기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전통시장 사진 콘테스트와 같은 이벤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삼성SDS의 측면 지원과 함께 마천중앙시장 상인들도 힘을 내고 있다. 1970년대에 문을 연 서울 강남권 대표 전통시장인 마천중앙시장은 주말이면 남한산성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공산품, 의류, 농축산물, 먹을거리 등 149개 점포가 구색을 잘 갖추고 있다. 고객들이 직접 무게를 잴 수 있는 ‘양심저울’, 점포마다 태극기 달기 등 특색 있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추석에는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 장기자랑, 예쁜 송편만들기 등 행사를 벌여 지역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유 회장은 “시장이 거여·마천 뉴타운지구에 들어간 이후 침체를 겪었지만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지역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특허받은 청소도구 美-日에도 수출해요” ▼

[우리시장 스타]김대중 ‘OK청소짱’ 대표

전통시장 내에 본사 겸 애프터서비스센터를 두고 청소기를 팔고 있는 김대중 OK청소짱 대표.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마천중앙시장에는 다른 시장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가게가 있다. 이 가게는 자체 개발한 ‘청소기’ 하나만 판다. 김대중 ‘OK청소짱’ 대표(46)는 한쪽 면에는 젖은 걸레를, 다른 면에는 마른 걸레를 부착해 얼룩 없이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는 청소도구를 직접 개발해 팔고 있다.

시장 내 가게가 본사 겸 애프터서비스 센터다. 지난해에는 특허를 받았고,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인터넷, 홈쇼핑까지 진출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미국과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왜 전통시장에 자리를 잡았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전통시장에 있으면 소비자인 주부들의 말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고, 제품의 단점도 쉽게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방인이었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에게 스마트폰과 인터넷 활용법을 가르쳐 주고, 상인회에도 열심히 참여하면서 지금은 시장 내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떡볶이 집 ‘버벅이네’의 강영수(48), 강영덕 씨(46) 형제도 시장 유명인사다. 2010년 5월 6m² 규모로 문을 연 버벅이네는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인터넷 블로그에서도 떡볶이 맛집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영업 초기에 손님들이 ‘맛은 있지만 별다른 특징이 없다’며 붙여준 별명이 가게 이름이 됐다. 이후 유명한 떡볶이 집들을 직접 찾아 노하우를 배우고 고춧가루와 15가지 이상의 재료를 혼합해 현재의 떡볶이 소스를 개발했다.  


▼ 마천중앙시장, 농산물 싸고 먹거리 다양… 서민들 ‘명소’ ▼

마천중앙시장은 건물형 시장인 마천시장 주변에 1970년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골목형 시장이다. 농수산물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 먹을거리 등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주거 밀집지역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지하철 5호선 마천역이 가까워 서민들이 많이 찾는다.

현대적 유통시설이 즐비한 강남권에서는 마천중앙시장만 한 재래시장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최근 고물가로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형 전통시장’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유재훈 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은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이 인접해 농산물의 품질이나 가격이 원산지 수준으로 신선하고 저렴하다”면서 “이 밖에도 먹을거리 장터는 물론이고 의류와 패션 시장까지 골고루 갖춘 경쟁력 있는 전통시장이다”라고 자부했다. 현재는 도시정비지정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되어 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전통시장의 명맥을 잇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햇볕을 가릴 아케이드가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비가 와도 물이 잘 빠지는 바닥재로 시장 안길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노점과 좌판으로 비좁았던 시장통행로를 정비해 과거보다 쾌적해졌다. 각종 꼬치류와 순대 떡볶이 등 풍성한 먹을거리도 마천중앙시장의 매력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시장 관련 상담 및 문의
△ 동아일보 기획특집팀 02-2020-0636 changkim@donga.com
△ 시장경영진흥원 02-2174-4412 jammuk@sij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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