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뭄 벤처 창업가에 단비… ‘크라우드 펀딩’ 시장 커진다

동아일보

입력 2013-10-23 03:00 수정 2013-10-23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세미나와 강연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참가자를 모집해 주는 기업 온오프믹스는 6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사이트인 ‘오픈 트레이드’를 통해 48명에게서 6억9388만 원의 투자를 받았다. 당초 목표액 2억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 카이트창업가재단 등을 빼고도 35명의 일반인이 이 신생 기업에 투자했다.

네이버와 다음에 무료 웹툰 ‘커피와 스무디’를 연재하는 작가 게코(필명)는 웹툰을 단행본으로 출간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유캔펀딩’에서 자금을 모으고 있다. 1만 원부터 5만 원까지 후원하면 책에 이름이 실리고 단행본 2권, 디자인 거울 2개, 특별 일러스트도 받을 수 있다. 23일 마감되는 이 프로젝트에는 22일까지 543명이 1351만2000원을 투자했다.


○ 크라우드 펀딩, 벤처 마중물 될까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이 부족한 벤처 창업가들에게 크라우드 펀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불특정 다수에게서 소액의 자금을 십시일반으로 투자받는 방식이다. 정부는 창조경제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크라우드 펀딩을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메솔루션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크라우드 펀딩 규모는 지난해 26억6000만 달러(약 2조8196억 원)에 이른다.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자에 대한 보상 방식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뉜다. 투자자에게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완성품이나 기념품을 주는 현물 보상형이 일반적이다. 미국 신생기업 페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미국 ‘킥 스타터’에서 약 한 달간 6만8929명에게서 1026만 달러를 유치해 스마트워치 ‘페블’을 출시한 후 일정 금액 이상 투자자에게 이 상품을 줬다. 이 밖에 투자자가 지분을 받는 지분 투자형,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출형, 공익 프로젝트에 돈을 내는 기부형도 있다.


○ 딸 돌잔치, 싱글파티 등 변종 출현


국내에서도 2007년 ‘머니옥션’과 ‘팝펀딩’이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을 처음 시작한 이후 관련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11개 회사가 모여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를 만들기도 했다.

크라우드 펀딩이 유행처럼 퍼지면서 변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 누리꾼은 최근 유캔펀딩을 통해 딸 돌잔치 비용 215만 원을 모았다. 큰 기대 하지 않고 2만 원을 후원하면 돌잔치 사진과 동영상, 기념 수건을 답례품으로 주겠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왔다.

취업준비생 김응석 씨(26)는 의류구입비, 인·적성검사 교재비, 자격증 응시료 등 취업 준비에 필요한 비용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으고 있다. 그는 연내 취업에 성공하면 첫 월급으로 후원자들에게 후원 금액에 상응하는 문화상품권과 모바일 커피 교환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한 이벤트 회사는 ‘씨앗펀딩’에 싱글 파티를 후원해 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8만 원 이상을 후원하면 파티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들은 당초 취지와는 다르지만 크라우드 펀딩이 하나의 놀이문화처럼 자리 잡고 있는 사례다.


○ 투자자 보호와 회수시장 마련 필요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일부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이 유사 행위를 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가 눈감아주고 있는 상황이다. 설사 합법이라 해도 초기 기업들은 공모 과정에서 제시해야 하는 회계감사보고서와 증권보고서 등을 작성할 여력이 없다. 이런 지적에 따라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6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금융위는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을 신설해 이 업종에 한해 공시의무를 완화해주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서는 대출자가 내야 하는 금리가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머니옥션과 팝펀딩의 평균 금리는 연 26.2%로 대부업(37.3%)보다는 낮았지만 은행(7.8%), 저축은행(15.7%)보다 높았다. 반대로 신용이 낮은 개인 또는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투자자들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크라우드 펀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장외시장처럼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인프라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김호경 기자 yhkan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