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향하여]‘미래의 과학자’ 여고생 200명, 직접 연구·실험하며 꿈 키운다

동아일보

입력 2013-10-10 03:00 수정 2013-10-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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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대전에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관 실험실. 실험도구를 들고 있는 여고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 연구원 김미랑 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인간의 유전자나 미생물, 식물, 동물, 질병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김 박사는 위암 후성유전체학 분야를 연구해오고 있다.

이날 실험 주제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의 원리와 실습’. PCR 연구는 DNA를 증폭시키는 방법으로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연구 방법이다. 친자를 확인하거나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는 등 실생활에서 많이 활용된다. 특히 범죄 현장에서 범죄자의 침 등 체액이 극소량 발견됐을 때 이 연구를 통해 DNA를 증폭시켜 범인을 찾을 수 있다.

‘소녀, 과학자를 만나다’를 주제로 올해 처음 열린 ‘사이언스오픈랩’은 과학 분야 진출을 꿈꾸는 여고생들에게 선배 여성 과학자들을 만나 실험을 하며 진로 탐색의 기회를 갖도록 한 행사다.

이 행사는 로레알코리아와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로레알코리아의 리차드 생베르 사장은 “로레알코리아는 오랫동안 유망한 여성 과학자들이 과학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며 “사이언스오픈랩은 과학계로 젊은 여성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중점을 둔 과학 지혜기부 활동”이라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사이언스오픈랩에 참가한 임아름 양(18·천안여고2)은 “평소 생명이나 화학 쪽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입시 위주의 공부만 하고 있어 실제 연구현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연구하고 실험하는지 궁금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박사도 “학교에서 실험할 기회가 없던 친구들이 실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과학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런 자리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대, 이화여대 등 서울, 대전 소재 대학교와 연구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참가한 200여 명의 여고생은 교사 및 자기 추천으로 선발됐으며 60여 명의 지도교수와 연구원은 뇌 과학, 유전자학, 면역학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출신 화학자 유젠 슈엘러가 설립한 글로벌 화장품회사 로레알그룹은 ‘세계는 과학을 필요로 하고, 과학은 여성을 필요로 한다’는 모토를 기업의 신념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토대로 여성이 과학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로레알그룹은 1998년부터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세계 여성 과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을 운영하고 있다. 로레알그룹은 매년 전 세계 5개 대륙별로 탁월한 업적을 달성한 5명의 여성과학자에게 이 상을 준다.

이를 통해 세계 108개국 1700명 이상의 여성과학자가 로레알로부터 연구 지원을 받아왔다. 특히 2008년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을 받은 아다 요나트 박사는 200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지사인 로레알코리아도 2002년부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및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과 공동으로 생명과학 분야의 뛰어난 여성 과학자를 선정하는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상’을 매년 시상하고 있다. 이제까지 총 50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수상한 국내 여성 과학자들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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