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향하여]핵심은 사람, 기업이 인재 길러 노벨꿈 이룬다

동아일보

입력 2013-10-10 03:00 수정 2013-10-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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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노벨재단과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위원회는 7일부터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등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역대 수상자들을 보면 하나같이 기초과학을 중시하고 일상생활에서 과학을 자주 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수학, 물리학, 생명과학,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 최고의 학자 10명을 선정해 각각 10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기초과학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주요 기업들도 과학영재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창의력 있는 인재 발굴을 위해 학생 창의력 챔피언대회를 운영하고 있고, SK그룹은 한국고등교육재단을 만들었다. LG화학과 현대모비스도 각각 연구전문위원 제도, 주니어 공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

소프트웨어 꿈나무 육성 위해 초·중·고교생 아카데미 운영

삼성전자 제공
“경쟁력은 사람과 기술에서 나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예측할 수 없는 경영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지키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로 ‘인재’를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나 스마트폰 돌풍을 이끈 블랙베리가 한순간에 밀려날 정도로 급변하는 시장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원천은 오직 사람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직접 나서 국내 산학(産學) 협력은 물론이고 해외 대학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여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삼성 임원들이 대학 강연과 각종 학회에 열심히 참석하는 것도 비즈니스와 병행해 핵심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꿈나무를 육성하기 위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 7월부터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아카데미는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논리적 사고를 키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교육 저변 확대와 창의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학기 중 방과 후 교실과 동아리 활동을 통한 소프트웨어 교육 △방학 중 다양한 소프트웨어 체험을 위한 소프트웨어 캠프 △교육 활성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등이 있다.

삼성전자는 아카데미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개발한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 로보틱스, 아두이노 등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2017년까지 4만 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교육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도서 산간지역 학생들을 찾아가는 소프트웨어 캠프를 개설해 교육기회를 확대했다.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제도도 운영한다. 디자인에 대한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창의력을 키우도록 돕는 이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4∼6학년생 30명, 중학교 1학년∼고교 2학년생 30명 등 총 60명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멤버십 프로그램은 교육계, 산업계 등 디자인 전문 인력들이 교사로 나서 디자인 사고를 통해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수업으로 진행된다. 방학 때에는 ‘삼성 창의캠프’를 열어 다양한 디자인 관련 수업과 세계 각국의 디자인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삼성전자 디자이너들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장동훈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사장은 “학생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場)이 되길 바란다”며 “이를 통해 사회의 혁신을 이끌 창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모전, 창의력 대회

삼성전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하는 ‘투모로 솔루션’ 공모전도 진행한다. 이 공모전은 아이디어 제안, 솔루션 개발, 실행에 이르는 3단계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전문가 멘토링 지원구조를 갖춰 참여자를 성장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의 특성을 갖고 있다. 삼성 측은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과 청년들이 미래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가 대상은 학생부(중고교생)와 청년부(대학생, 만 30세 이하 청년)이며, 2∼4명의 팀 단위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학생부의 경우는 반드시 지도교사와 함께 참여해야 한다.

공모전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예선을 거쳐 솔루션 실행계획을 심사하는 본선과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사회에 적용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결선의 3단계로 이뤄진다. 예선을 통과한 100팀부터는 삼성전자 임직원과 전문가의 멘토링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결선을 통과한 최종 10팀에게는 총 2억 원 상당의 상금을 주며, 학생부와 청년부의 최우수 팀에게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우수 팀에게는 삼성전자 대표이사상을 수여한다. 공모전 참가자들이 실시하는 온라인 창의적 문제해결 교육 프로그램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특허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국내 최고의 창의력 경진 대회인 ‘대한민국 학생창의력 챔피언 대회’는 2002년 시작한 ‘전국 학생창의력 올림피아드’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학생 등 청소년들이 창의성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대회로, 창의력을 기르면서 과학 발명 원리를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은 이밖에도 청소년들이 적성과 꿈을 찾는 데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임직원 멘토 1명과 6∼7인 안팎의 학생들이 소규모 그룹이 돼 다양한 직업세계를 소개하고 적성 탐색의 기회를 모색하는 ‘꿈 멘토링’ 사업과 도서산간 지역 학교에 교육 인프라 개선을 도와주는 ‘스마트 스쿨’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장학퀴즈의 인재보국 정신 이어 우수 학생들 선진국 박사과정 지원 ▼

SK그룹 제공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좋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40여 년간 인재 양성에 공들여온 SK그룹은 이 말을 가장 잘 실천해온 기업 중 하나다.

SK그룹은 1970년대부터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인재 양성에 나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개념조차 희미하던 때였다. SK그룹이 다른 기업들보다 먼저 인재 양성 사업에 나선 것은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는 생전에 “자원과 자본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국가로 거듭나는 유일한 방법은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며 “사람을 믿고 기르는 게 기업의 처음이자 마지막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1973년 선경그룹(현 SK그룹) 창업주이자 맏형인 최종건 전 선경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은 첫해부터 본격적인 인재 양성 활동에 나섰다.

첫 단추는 ‘장학퀴즈’ 후원사업이었다. SK그룹은 장학퀴즈가 시작된 1973년부터 지금까지 장학퀴즈를 단독으로 후원하고 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장학퀴즈는 국내 방송 퀴즈 프로그램의 원조이자 국내 최장수 TV 프로그램 중 하나로, 대중에게 교육과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널리 심어준 방송으로 평가받는다.

방송 초기 녹화를 하는 매주 토요일이면 방송국 앞이 수백 명의 방청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장학퀴즈는 많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방송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퀴즈 프로그램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기업이 공익성을 띤 방송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것 자체도 매우 드물던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전 회장은 선뜻 후원에 나섰다. 방송 제작진에게 시청률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만큼 청소년 인재 양성에 공을 들였다.

SK그룹의 후원에 힘입어 1973년 처음 TV 전파를 탄 이래 장학퀴즈에는 1만6000여 명의 학생이 출연했고 이 가운데 3100여 명이 대학 장학금을 받았다. SK그룹은 “장학퀴즈를 통해 인재를 키워 나라에 보답하겠다는 인재보국(人材報國)의 노력을 40년 동안 펼쳤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장학퀴즈 후원에 이어 1974년 사재 5540만 원을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국내의 우수한 학생들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한국고등교육재단의 도움을 받은 장학생은 모두 2600여 명. 이 가운데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만 530여 명에 이른다. 한국인 최초의 미국 하버드대 종신교수인 박홍근 화학과 교수, 천명우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 이수종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고승덕 변호사 등이 이 재단의 장학생 출신이다. 지금도 190여 명이 재단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고등교육재단은 대학특별장학제도를 운영하며 우수한 대학생을 미리 선발해 학문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학의 기본 경전을 가르치는 한학연수 장학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SK그룹은 “재단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인문, 사회, 자연과학 및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를 장학생으로 선발해 국가의 핵심 인재로 키워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의 인재 양성 활동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SK그룹은 2000년부터 중국 베이징TV의 중국판 장학퀴즈인 ‘SK 좡위안방(壯元榜)’을 후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650여 차례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학생은 모두 3400여 명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를 원하는 중국 고등학생이 10만 명에 이른다”며 “대중적 인기와 공익성을 인정받아 2010년 중국 청소년 TV 프로그램 부문 대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해외 학자들의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재단은 2000년 아시아 지역 국가 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국제학술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젊고 우수한 학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1년 동안 국내 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1년에는 아시아 지역 국가의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에 아시아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현지 학자들의 학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베이징대, 칭화대, 미얀마 양곤대, 베트남 하노이국립대 등 아시아 지역 7개국, 16개 대학에서 아시아 연구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SK관계자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기업이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최종현 전 회장의 경영철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며 “기초연구 분야에서도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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