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개척 또 개척… 황무지에서 꽃피운 ‘블루오션’ 신화

동아일보

입력 2013-09-12 03:00 수정 2013-09-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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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 정신으로 무장 “가자! 세계경영”
장수기업 비결은 근면·열정·도전


#1. 선박 및 철도기관차용 엔진 부품을 만드는 삼영기계㈜ 한금태 회장(72)은 호탕한 성격만큼이나 위기를 기회로 삼는 ‘불도저’로 통한다.

동남아시아 등 세계 20여 개국에 기관차와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인 실린더 라이너와 헤드, 피스톤 등을 수출하며 당당히 마켓리더에 오르기까지 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앞장서왔기 때문이다. 4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삼영기계㈜는 지난해 매출 약 7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에서 생산된 제품은 디젤엔진의 원조 격인 독일의 세계적인 기업 만(MAN)에도 공급된다.

불도저 정신으로 무장한 삼영기계㈜는 거듭되는 개척의 연속이다.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수입제품을 속속 국산화해 대통령표창, 석탑·철탑산업훈장과 국무총리 및 상공부장관 표창 등 수상 내용도 여럿이다. 이 회사는 요즘 정보기술(IT)과 기계금속 부문을 융합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며 또다시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다.


#2. 대의그룹 채의숭 회장(75)은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 모듈 부품업계 ‘최장수 경영인’이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자동차 플라스틱 모듈 IP(인스트루먼트 패널) 개발과 영업을 주도해 왔다. 그리고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회사를 국내에 5개 계열사와 중국 3개 자회사를 거느린 자동차부품 글로벌기업으로 키웠다.

한국과 중국에 총 임직원 약 900명이 근무하는 대의그룹의 전체 매출은 한 해 10억 달러에 육박한다. 그는 ‘더 큰 목표와 책임’을 몸소 실천해왔다. 대학교수와 최고 기업의 사장이 되고, 교회를 100개 세우는 꿈을 키웠고 마침내 모두를 이뤘다. 채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목표와 책임을 높게 세운 게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그는 요즘도 수시로 새벽에 서산, 군산 공장 등 현장에 나가 분위기를 살피고 경영지표도 직접 챙긴다. 조직 내 위계질서보다는 격의 없는 끈끈한 연대를 중시한다.


혹독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아무나 못하는 일을 해낸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영웅이라 부른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뛰어난 기업을 이끌어 가는 최고경영자(CEO)는 분명 영웅이라 할 수 있다.

영웅들이 내디딘 첫발은 아주 작았다. 사료공장, 의류 도매상, 화물운송사, 건축자재 도매상, 작은 직물 수출회사까지…. 공장 터는 흙먼지 날리는 볼품없는 황무지였다. 하지만 그들이 뿌린 씨앗은 눈물과 땀, 열정과 꿈을 먹고 마침내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견인하는 주역들로 성장했다.

파란만장한 고비를 겪고 굽이굽이 불황을 넘으며 장수기업으로 우뚝 선 경영자들은 말한다. “기업이 인생의 전부였고 기업은 창조의 기쁨”이라고.

그렇다면 이런 영웅들의 공통점은 과연 뭘까.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은 이렇게 말했다. “성실이 모든 영웅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깊고 위대한 성실 말이다.” 이들의 공통점도 근면, 열정, 도전으로 정리된다. 성실성과 통찰력, 신뢰와 근면은 이들 성공한 기업인과 평생 함께했다. 그리고 시련에 맞서는 열정과 도전이 있었다.

모피 한 분야에서 45년 장수기업을 이끄는 ㈜국제모피 김영광 회장은 “일에는 늙음이 없다. 앞서가는 기업인에겐 새로운 일감과 순수한 열정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경쟁의 시대, 2등은 없다. 1등 기술, 1등 국가를 꿈꾸는 장수기업들은 나라 안팎에서 강화되는 경쟁 속에서 내실을 다지면서도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앞선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 좁은 안방을 벗어나 세계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도전에 인색하고 투자에 주춤한 현재의 기업풍토에 가르침을 주는 성공스토리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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