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급물살]금강산관광 독점권 회복-개성공단 재발방지책 ‘기싸움’ 예고

동아일보

입력 2013-06-07 03:00 수정 2013-06-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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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회담서 풀어야 할 과제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희망 보인다”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한 6일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한재권 회장(오른쪽)과 유창근 부회장(왼쪽)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는 듯 또 다른 입주기업 대표의 표정은 어두웠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com
6일 북한의 당국 간 대화 제의 및 우리 정부의 호응으로 개성공단이 가동 중단 59일 만에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금강산관광도 북한 초병에 의한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된 지 5년 만에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대화 수용의 선결 과제로 내걸었던 각종 조건을 이날 언급하지 않았다. 남북 관계 진전을 바라며 대화에 임하는 듯한 전향적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접촉이 시작되면 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책 등이 맞물리면서 남북 간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북, 대화 재개 선결조건 언급 안 했지만…

4월 8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키면서 개성공단의 가동이 중단된 이래 한국 정부가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한 것은 모두 4차례. 그때마다 북한은 ‘빈껍데기’ ‘교활한 술책’ 등으로 폄하하며 대화 호응을 거부했다. 특히 4월 18일 북한의 최고 정책결정기관인 국방위원회는 “1차적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철회해야 한다. 거기에 우리에게 보내는 선의의 실마리가 있다”며 대북제재 우선 해제를 요구했다. 또 북한은 △모든 도발 중지 및 전면 사죄 △핵전쟁 연습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확약 △남조선과 주변 지역의 전쟁 수단 전면 철수가 이뤄져야 대화에 응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아울러 북한은 개성공단 인질 사태 발생 때 구조작전을 펼 수 있다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도발’로 규정하고 이를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이 이를 ‘근본문제’라고 주장해온 만큼 개성공단 정상화 논의가 시작되면 이 문제가 최소 한 번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관광 재개에도 개성공단 문제 못지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이 관광 중단 기간 일방적으로 취한 제도적 조치를 되돌리는 것과 훼손된 시설물 원상회복 등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0년 2월에도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열렸지만 △진상 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등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2개월 뒤인 그해 4월 북한은 한국 정부 자산인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서, 한국관광공사 소유인 온천장과 면세점 등 자산을 몰수하고 관리인원을 추방했다. 현대아산과 협력업체 자산은 동결됐다. 또 2011년 6월에는 현대와 맺었던 금강산관광 독점권 효력을 취소한다고 발표하고 외국인투자가를 유치할 수 있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공표했다. 이후 금강산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 등에게 남측 시설의 무단 활용이 목격되기도 했다.


○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업체, 기대감 속 예의주시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북측이 특별담화로 남북 당국 간 대화 제의를 하고 한국 정부가 긍정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협회는 “개성공단 잠정 중단 사태가 2개월을 넘어 기업들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고려해 공단 정상화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금강산기업인협의회도 “당국자 간 대화에 큰 희망과 기대를 갖는다”며 “7월 11일이면 관광 중단 5년째가 되는 만큼 이번 회담 제의가 새로운 시작의 자양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들도 북한이 그동안 잠복했던 이슈들을 꺼내들 경우 당국 간 회담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며 내심 우려하고 있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월급 인상 문제가 대표적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이 월 134달러(지난해 말 기준)를 받는 반면 중국에서 일하는 자국의 근로자들은 240∼250달러를 받는다며 월급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만약 월급 인상을 요구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계기로 추가 협상을 통해 노무관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안이나 개성공단 국제화 등을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남북 협의가 급진전되더라도 금강산관광 재개까지는 최소 두 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금강산관광 지역에 대한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하고, 호텔과 상점 등 관련 시설도 점검 및 개·보수를 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서비스 인력을 서둘러 채용하더라도 사전 교육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금강산 개발·관광 독점권 회복이나 시행방안, 시기 등을 북측과 실무적으로 협의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올해 2월부터 ‘경협사업 재개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준비해 왔지만 정작 현장(금강산)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었다”며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위해 하루빨리 현장을 둘러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숭호·강유현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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