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 부동산 대책 ‘Good’… 창조경제 혼선 - 금리갈등 ‘Bad’

동아일보

입력 2013-06-03 03:00 수정 2013-06-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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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朴대통령 취임 100일]

경제분야 전문가들은 ‘박근혜노믹스 100일’에 대해 대체로 ‘유보적’ 평가를 내놨다. 평균 3.2점(5점 만점)으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3.3점)보다 다소 낮은 수준. 경기 회복과 경제민주화 실현, 복지공약 실천 등 다양한 국정과제를 위해 상당히 많은 일을 속도감 있게 진행했지만 그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설전 같은 갈등과 혼선이 표출되고 정책들 사이의 상충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대체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대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낮아지는 잠재성장률을 극복할 만한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이런 점 때문에 임기 5년 동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경제 과제에 대한 답변도 ‘성장잠재력 제고’ ‘일자리 창출’에 집중됐다.


○ 최대 실책은 ‘창조경제 혼선’

박근혜노믹스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묻는 질문에 20명의 전문가 중 8명은 4점(잘하는 편이다), 7명은 3점(보통이다), 5명은 2점(못하는 편이다)을 줬다. 지금까지 추진한 정책성과가 가시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점에서 신중한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으로 경제팀이 취임 이후 상당히 많은 과제를 추진했지만 다양한 정책목표가 혼재돼 있어 기업 등 경제주체들에 엇갈린 신호를 주고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장과 복지,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등 목표가 어지럽게 제시돼 도대체 무슨 정책을 펴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메시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가장 잘한 경제정책(중복응답)에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부동산 정상화 대책(9명), 중소·벤처기업 활성화 대책(8명)의 순이었다. 반면 ‘고용률·중산층 70%’ 목표설정(3명), 공정거래위원회 및 국세청의 조사(각 2명)를 잘된 정책으로 꼽은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취임하자마자 신속하게 경기부양책을 편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국세청 공정위 등 사정기관들의 고강도 압박은 자칫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잘못한 경제정책으로는 ‘창조경제의 개념을 둘러싼 혼선’을 꼽은 전문가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제부처들 사이에서도 ‘창조경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고 혼란이 빚어져 취임 초기 경제정책 전반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경제부처 간 갈등’(6명), 공정위 및 국세청의 조사(각 6명), 엔화 약세에 대한 소극적 대응(5명)도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대한 기재부와 한은의 갈등은 5년 만에 부활한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에 상처를 줘 다른 정책의 추진력까지 약화시켰다는 평가가 많았다.

‘증세 없이 모든 복지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20명 중 11명은 ‘증세 없이 재정적자가 나지 않을 정도까지만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7명은 ‘증세를 통해 복지공약을 지키고 재정적자를 막아야 한다’고 봤다. 정부의 주장대로 ‘증세 없이 복지공약, 재정건전성을 모두 지킬 수 있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1명뿐이었다.


○ “경제민주화보다 성장과 일자리 중요”

향후 경제 여건에 대해서는 어두운 전망이 많았다. 내년 한국경제의 4% 성장 가능성에 대해 60%인 12명은 ‘가능성이 낮다’고 봤고, 5명만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 저성장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미흡하고 내년에는 엔화 약세의 부정적 효과가 집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내년에는 유럽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일본 회복세도 전망된다”며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내놨다.

경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는 만큼 현 정부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경제과제(복수응답 포함)는 ‘성장잠재력 제고’(14명)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8명)로 모아졌다. 반면 ‘경제민주화 추진’ ‘물가의 안정적 관리’를 뽑은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한편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시간제 일자리 개발 등 노동공급 다변화’(10명) ‘고용창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5명) 등 최근 정부의 정책방향에 동의하는 시각이 많았다.

이 밖에도 경제 전문가들은 취임 100일을 맞는 박 대통령에게 다양한 조언을 내놨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모든 정책에 창조 아니면 행복을 붙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수단을 동원해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증세 없이는 복지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증세 수준을 정하고 이에 맞춰 복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잠재성장률 하락이 가져오는 경제적 파장에 대해 무감각한 것 같다”며 “경제민주화 이슈에 끌려 다니지 말고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을 단호히 뿌리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유재동·김유영·문병기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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