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60주년을 기념해 강원도 철원에서 국제적인 음악회 열려

동아닷컴

입력 2013-05-22 10:12 수정 2013-05-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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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DMZ평화음악회 - Concerto for Peace 개최

정전 60주년을 맞아 정부 차원의 대규모 기념행사가 준비 중인 가운데, 다음달 6월, DMZ를 관리하고 있는 강원도 철원군에서 지방정부 차원 행사의 첫 시작을 열 예정이다. 분단의 상징이자,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철원 옛 노동당사 앞에서 세계적인 클래식 연주자들을 초청, 철원DMZ평화음악회를 개최한다.

‘철원DMZ평화음악회- Concerto for Peace’는 강원도와 철원군이 주최하고, KBS교향악단과 기획사인 (주)제이제이와피디들이 공동으로 주관, 제작하는 행사로, 강원도의 정전 6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이기도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차원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평화음악회는 6월 22일 철원 노동당사 특설무대 공연과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앙코르로 진행된다.

“강원도와 철원은 여전히 분단과 낙후된 이미지가 남아 있다. 그렇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평화도시를 지향하는 생태문화관광 도시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 또 이번 국제적인 공연을 통해 전 지구적으로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행사를 주최하는 정호조 철원군수의 말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최근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남북의 경색된 국면에서, 한반도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촉구하기 위해 기획된 ‘철원DMZ평화음악회‘는 출연자 모두 공연의 취지에 적극 동참하여,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정하였다. 특히 내한하여 공개적으로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져서 의의를 더하고 있다.

음악회에 참여하는 연주자로는 국내 처음으로 내한하는 영국을 대표하는 국보급 지휘자인 크리스토퍼 워렌그린이 KBS교향악단을 지휘한다. 바이올린의 젊은 귀재 줄리안 라클린, 현존 최고의 첼로 거장으로 불리는 린 하렐과 여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김대진이 오랜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고 피아노 연주로 합류하여 평화의 하모니를 들려줄 예정이다.

재단법인 KBS교향악단의 박인건 사장은 “정전협정 60주년의 시점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는 국제적 여론과 전쟁 불감증의 국민들에게, 이제는 문화계가 우선적으로 평화적 기류를 형성해야 하며 음악을 통해 소통의 공감을 이뤄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한국을 대표하는 KBS교향악단이 앞장서서 설파할 것이다.” 라고 입장을 밝혔다.

2002년 근대문화재로 지정된 ‘노동당사’는 한국전쟁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문제적 공간이다. 남북이 분단되기 이전, 1946년에 건립한 러시아식 건물을 북한이 조선노동당 건물로 사용했는데, 이후 전쟁 당시 고문과 학살의 장소로 사용되어 슬픈 역사적 상처로 남아있는 공간이다. 아직까지 벽 곳곳에 남아있는 총탄과 실탄의 흔적에서 치열했을 당시의 전쟁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분단의 상징적 공간인 옛 노동당사 터 앞에서 개최되는 ‘철원DMZ평화음악회’는 장소가 주는 역사적 아픔과 교훈 속에서 음악을 통해 위로와 치유, 희망의 메시지를 국제적으로 알릴 것이다.

공연의 타이틀인 ‘Concerto for Peace’는 이번에 연주되는 베토벤의 3중 협주곡(L. Beethoven Triple Concerto C Major Op. 56)을 모티브로 선정하였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3개의 독주 악기로 이뤄진 관현악곡으론 특이한 형식의 협주곡인 베토벤 3중 협주곡은 독주 악기들의 치열한 경쟁과 절제를 통해 완벽한 조화를 이뤄나가는 작품으로 각각의 독주자들의 실력이 웬만하지 않으면 연주하기 힘든 곡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와 같이 남북 관계에서도 서로가 반목과 갈등의 대상으로 적대적 관계에 있지만, 평화를 위해 조화를 이뤄나가는 새로운 시대가 되길 염원하는 차원에서 기획하게 된 것이다.

이미 음악을 통해 평화를 촉구하는 행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례들이 있다. 1991년 중동의 걸프전쟁 당시, 지휘자 주빈메타와 이스라엘 국립오케스트라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공습경보가 울려 퍼지는 상황에서도 방독면을 쓰고 음악회를 개최하였다. 이후 이 소식이 세계적으로 알려지자 당대 최고의 유태계 연주자들이 고국 음악회에 출연하여 평화를 호소하였다. 1992년 사라예보 내전 시는 무고한 시민의 죽음 앞에 사라예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 베드란 스마일로비치가 폭격 장소에서 22일간 추모공연을 매일 진행함으로써 잠시 폭격이 멈췄다는 실화가 유명하다.

이후 주빈메타와 성악가 호세 카레라스를 비롯한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폐허가 된 사라예보 도서관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모차르트 레퀴엠’을 연주하기도 하였다. 2005년에는 이스라엘과 중동계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다니엘 바렌보임의 이스트-웨스트 디반 오케스트라가 전쟁 지역인 팔레스타인의 임시 수도 라말라의 폐허가 된 장소에서 평화 연주회를 개최하여 음악을 통해 인종적 편견을 극복하고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공연에 참여하는 지휘자 크리스토퍼 워렌그린(Christopher Warren-Green)은 영국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런던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장기간 활동하며, 여왕의 80세 생일파티, 세기의 이슈가 된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등 왕실의 음악회를 전담하며 영국 음악의 전통성과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마에스트로이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 줄리안 라클린(Julian Rachlin)은 2008년 첫 내한 공연으로 이미 국내 팬들에게 박력 있는 연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인정받았다. 1988년 유로비전 대회에서 ‘올해의 젊은 음악인상‘을 수상하며,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아래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협연자로 데뷔하여 국제적 명성과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후 바이올린뿐만 아니라 비올라, 지휘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하며 전세계의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주빈 메타, 미샤 마이스키, 마리스 얀손스, 토마스 햄슨 등 세계적 거장들과 함께 크로아티아에서 ‘줄리안과 친구들’ 페스티벌을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라클린은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 활동하는 젊은 박애주의자이자, 이 시대 가장 흥미롭고 존경 받는 바이올린 연주자이다.

90년대 첫 내한 이후 오랜만에 방문하는 린 하렐의 경우, 경이적 테크닉과 안정감을 가진 현존 최고의 첼로 거장으로 세계적 권위의 음악상인 ‘에이버리 피셔상(Avery Fisher Prize)’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내 팬들에게는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그의 연주를 통해 음악적 연륜의 깊이와 섬세함을 접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선사한다. 특히, 린 하렐은 이번 공연에 대해 60년 전 한국 전쟁에서 사랑하는 지인을 잃은 개인적 사연을 밝힌 바 있으며, 이것을 인연으로 기획 단계부터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전해왔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이철주 프로듀서는 공연에 대한 기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 유감스럽게도 냉전 이데올로기로 인해 한 민족끼리 싸울 수밖에 없었던 60년 전의 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다. 예술에는 정치적 문제를 넘어선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과 희망을 엮어줄 큰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제는 진심이 담긴 무기로서 ‘예술’을 통해 남과 북, 세계가 소통하며 분단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도모할 때이다. 이번 공연을 기회로 정전협정이 종전 선언과 함께 평화 협정으로의 이행에 불씨가 되기를 희망한다.“

금세기 최고의 거장들이 선사하는 절정의 트리플 콘체르토가 음악적 완성이 주는 감동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염원과 지지를 선언하는 장으로서 더욱 뜻 깊은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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