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모으는 프렌디 “아이와 소통하고 재테크도”

동아일보

입력 2013-05-03 03:00 수정 2013-05-03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한국서 뜨는 덴마크産 창조경제 ‘레고 이코노미’

“어릴 적엔 갖고 놀기만 했다면 지금은 수집을 하고 자녀와 소통하는 데도 쓰죠.”

직장인 김성철(가명·40) 씨의 취미는 새로 산 레고 시리즈를 조립해 자신의 페이스북과 온라인 레고 동호회에 올리는 것이다. 그는 10년 전 입사하면서 레고에 다시 빠져들었다. 소방서, 경찰서 등 레고 ‘시티 시리즈’를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한 달에 레고를 사 모으는 데 쓰는 비용은 20만∼40만 원. 국내에 없는 것은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한다. 그렇게 모은 레고 시리즈만 100개가 넘는다.


○ 레고 뜨면 장난감 매출이 껑충… ‘레고 이코노미’

레고라는 이름은 덴마크어로 ‘레그 고트(leg godt)’, 즉 ‘잘 논다’는 데서 왔다.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게임기 등 디지털 기기 속에서 81년 전통의 덴마크 블록 완구 레고의 인기는 굳건하다. ‘단순한 블록들의 조합으로 수많은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는 데서 시작한 이 완구는 부모들에게는 자녀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난감으로, 경제적 여건이 되는 3040 ‘키덜트’들에겐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는 취미로 여겨지고 있다.

레고코리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최근 큰 폭으로 올랐다. 히트작 ‘닌자고’ 시리즈 덕분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136억 원으로 2011년(606억 원)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109억 원으로 2011년(11억 원)보다 10배 가까이로 뛰었다.

국내 블록 장난감 시장에서의 레고의 점유율은 독보적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4월 현재 블록 완구 전체 매출액에서 레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91.3%에 이른다. 이마트에서는 전체 장난감 매출의 약 29%가 레고 매출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레고 매출이 2011년에 비해 40.5%가 늘면서 전체 완구 매출이 16.7% 증가했다. 김성호 이마트 장난감 바이어는 “레고 시리즈의 인기가 전체 장난감 매출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블록 장난감 브랜드가 100개 이상 있지만 유독 레고만 독보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뭘까.

비즈트렌드연구회는 레고를 특정 연령대가 되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필수 제품, 이른바 ‘제너레이션 키퍼 브랜드’라고 보고 있다. 완구업체 ‘토이아울렛’의 이상욱 본부장은 “한 시리즈를 완성하기 위해 갖춰야 할 품목을 세분화하고 소녀들의 레고(프렌즈), 영아를 위한 레고(듀플로), 성인들을 위한 수집용 제품 등 브랜드를 다각화해 끊임없이 ‘신상’을 내놓는 것이 레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닌자고 등 인기 시리즈를 ‘미드(미국드라마)’처럼 영상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거나 케이블TV로 방영하는 등 영상 마케팅 기법도 더했다. 이태섭 레고코리아 전무는 “교육용 장난감에 스토리를 넣어 재미를 주는 것이 레고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 레고로 돈을 번다…‘레테크’족 등장

어른들은 레고를 단순한 장난감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레테크(레고 재테크)’족에서 엿볼 수 있다. 직장인 노승일(가명·38) 씨는 최근 태어난 아이 방을 꾸미기 위해 ‘머스크기차’ 시리즈를 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발견했다. 노 씨는 곧바로 300만 원을 투자해 곧 품절될 제품과 ‘스타워즈’ ‘모듈러’ 등 인기 시리즈를 20박스 이상 구입한 뒤 박스마다 평균 10만 원의 웃돈을 받고 팔았다.

레고의 가치가 높아지자 유통업체들은 이른바 ‘레고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서울 성수점, 월계점 등 10곳에 49∼132m²(약 15∼40평) 규모의 레고 단독 매장을 열었다. 레고 한 시리즈 전체를 만들어 놓은 ‘디오라마’도 들여놨다. 이마트 김 바이어는 “인기 시리즈부터 수집용, 교육용 제품 280종을 가져다 놓으니 부모와 아이, 신혼부부 등 다양한 계층에서 구매한다”며 “반응이 좋아 올해 10곳 정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현재 송파점, 중계점 등 문화센터 30여 곳에서 레고 조립 강좌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참가자만 2500명이 넘어 롯데마트는 올해 강좌 수를 지난해보다 20% 늘린 140개로 잡았다. 임정재 롯데마트 문화센터팀장은 “아이를 데리고 오는 주부들이 주 수강생”이라며 “전체 마트의 매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릴 적 레고를 가지고 놀아 본 적이 있는 30, 40대 ‘X대디’들이 현재의 레고 열풍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30, 40대는 과거 X세대로 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소비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녀를 위해, 자신의 취미를 위해 레고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