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침체 딛고 재도약한 ‘지리산 순한한우’

동아일보

입력 2013-05-02 03:00 수정 2013-05-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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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가지 경쟁력으로 공격 마케팅
① 500농가 참여해 대규모 물량 확보
② 이력추적 시스템 등 품질관리 총력
③ 대형마트 직거래로 수익 극대화


한우 광역브랜드인 ‘지리산 순한한우’ 섬유질배합사료(TRM)공장. 순한한우사업단은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회원 농가에 사료까지 공급하고 있다. 순한한우사업단 제공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한우 광역브랜드 ‘지리산 순한(韓)한우’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 ‘순한한우’는 2003년 전남 동부권 8개 축협이 연합해 대형 유통업체에 직접 대규모 물량을 납품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무항생제 인증, 자체 사료공장 운영 등 엄격한 품질 관리로 300여 개의 브랜드가 난립하던 한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순한한우는 한우 광역브랜드의 롤 모델로 꼽혔고, 곳곳에서 배우기 위해 찾았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순한한우’는 2008년 ‘한우 펀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해 3년여 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4월 말 찾은 전남 순천시 별량면 순한한우사업단.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단이 지난해 10월 영입한 농협중앙회 출신 엄기대 대표가 반갑게 맞았다. 엄 대표는 농협중앙회 근무 시절 한우 광역브랜드 출범을 지원했다. 엄 대표는 “그동안 자구 노력을 통해 펀드 사업 손실금을 대부분 갚았고 납품 물량도 올해 말이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순한한우’가 여전히 경쟁력 있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순한한우’의 경쟁력은 △광역 단위 연합을 통한 대규모 물량 확보 △균일한 고품질 확보를 위한 엄격한 관리 △대형 유통업체 직거래를 통한 농가 수익 극대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순한한우사업단은 출범 초기부터 국내 한 대형 유통업체에 연간 5000마리의 고급육을 경매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공급했다. 개별 브랜드로서는 엄두도 내기 힘든 규모다.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전국적으로 균일한 품질의 고급 한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는 쉽지 않다.

‘순한한우’는 물량 확보를 위해 30마리 이상의 전업농가를 우선적으로 참여시켰다. 균일한 품질 유지를 위해 자체 사료 공장까지 운영하고, 농가에는 사육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했다. 협약을 위반한 농가에는 벌칙을 부여했다. 또 8개 축협이 연합한 만큼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조합 경영에서 독립된 별도의 사업단을 꾸렸다.

현재 ‘순한한우’에는 전남 동부권의 500여 농가가 회원으로 참여해 연간 6000∼7000마리를 출하하고 있다. 모든 회원 농가가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고, 50농가 이상은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획득했다. 또 200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 시범 브랜드로 지정된 이후 생산 과정에서 전용 프로그램에 맞춰 사육하고 있다. 품질 관리를 위한 노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사업단 생산팀, 회원 축협, 농협사료 지역팀장 등이 한조가 돼 회원 농가를 지속으로 현장 점검한다. 이 같은 노력으로 순한한우는 2006∼2008년 3년 연속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엄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여기저기서 ‘순한한우’ 브랜드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브랜드 신뢰 유지를 위해 일절 응하지 않았다”며 “경기 침체로 고급 한우 시장이 많이 위축됐지만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순천=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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