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책]조지 길더 ‘부와 빈곤’(탐구당·1981년)

동아일보

입력 2013-04-08 03:00 수정 2013-04-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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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거노믹스’는 이책에서 시작됐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필자가 30대 초반 시절, 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철학적 정당성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 시점에 접하게 된 책이 세계적인 미래학자 조지 길더가 쓴 ‘부와 빈곤’이었다. 이 책은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의 기본이 된 책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격동의 1970년대를 겪고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시대의 아픔을 느끼던 청년. 부는 어떻게 이 사회에 기여하는지, 아픈 가난은 어디서 오는지 그 원천을 알고자 했던 한 청년의 갈망을 채워준 책이었다.

책의 도입부에 “부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만 부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은 비민주적이다”는 구절이 있다. 모든 사람이 잘살기를 원하지만 그것을 얻으려면 필히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모두를 잃을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 책은 조언한다.

이 책은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기본 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남이 가 본 길에는 부가가치가 적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본 것, 들은 것, 그리고 해본 것들의 가치는 진부하다. 정부는 왜 작아야 하고 왜 시장에서 멀리 있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창의는 관리에서 나오지 않으며, 통제에서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세금을 줄여서 모두가 생산에 참여하게 해 세상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을 내고 사업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업을 운영하게 하려면 그 보상이 월등해야만 참여자가 늘어난다. 이 같은 생각은 레이거노믹스에 그대로 반영됐다.

부의 기본적인 개념은 인간의 유한성, 자유, 책임, 희망, 존엄성 등을 전제로 하며 우리 삶의 축복은 오직 끝없는 ‘자기완성의 길’에서 나온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자신의 삶은 누구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오직 자기 자신과 신에게 답해야 하는 과정이다. 삶은 항상 새로운 자기완성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두렵기 때문에 신이 존재한다는 얘기도 책 끝 부분에 시로 표현돼 있다.

필자는 모든 금융 분야에서 수년씩 근무를 했다. 은행에서 출발해서 증권사, 자산운용사, 카드사 등 항상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많은 길을 돌아와 있는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책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30대의 청년에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질 수 있는 철학적 기초를 제공했던 책이다.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느라 대학을 평균 5년 이상 다니는 우리 젊은이들도 이 책을 통해 삶의 다양성을 찾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오래된 책이라 국내서 절판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원서는 여전히 구할 수 있다)황성호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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