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는 기업들]함께 일어나 뛸 수 있도록… 자립의 손 내밀다

동아일보

입력 2013-04-08 03:00 수정 2013-04-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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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활동은 진화 중

GS칼텍스 ‘그린 에너지 스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절약’과 ‘비닐 X’라고 쓰여진 팻말을 들고 웃고있다. GS칼텍스는 환경재단과 손잡고 2011년부터 어린이 환경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그린 에너지 스쿨’을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글로벌 건설사인 스웨덴 ‘스칸스카’는 브라질 아마존 강 유역에서 직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 사내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소수민족이나 여성이 세운 중소 규모 건설회사의 역량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스칸스카는 아마존 강에서 파이프라인 건설공사를 벌이고 있다. 현지의 반(反)기업 정서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 기반을 만들어 비즈니스와 연계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브라질 시장에 진출할 때 학생들의 과학, 창의교육을 위해 먼저 800명의 교사를 양성하는 방법을 택했다. 과거 해외 아동지원 사업이 주로 물품 기부나 학교 설립에 그쳤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기업의 6대 사회공헌 트렌드’를 짚었다. 보고서에서는 스칸스카와 바스프와 같이 고객과의 신뢰 구축이나 단순 이미지 개선 목적을 넘어 전략적 차원으로 세계 곳곳에서 체계적인 사회공헌에 눈을 돌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사회공헌 유형이 소개됐다.


‘자선’에서 ‘자립’으로 진화하는 사회공헌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들처럼 창의적인 전략을 세우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사회공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이 같은 활동은 점차 진화해 단순 자선활동의 영역을 넘어서 사회 발전을 선도하는 사회혁신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의 초기 기업 사회공헌 모델은 ‘이웃돕기 성금’ 같은 금적전 직원이나 일회성 지원봉사에 집중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기업의 사회공헌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전략적 사회공헌 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고민의 결과로 최근 국내에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복지 중심의 사회공헌 활동 외에 생활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창의·예술 사업을 실시하는 글로벌 기업들처럼 한 단계 진화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GS칼텍스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어린이들의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금호타이어는 일회성 기부를 넘어 장애 어린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지원을 하고 있다. 이 돈은 특수학교 음악회, 음악 강의, 교사 훈련 등에 쓰인다.

또 기업의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적 투자로 자신들의 재능 분야에서 사회공헌을 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사업은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비즈니스와도 연결돼 기업과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조명기업이 전기가 부족한 인도나 아프리카에서 해당 정부와 공동으로 저렴한 조명 보급 사업을 벌이거나 의료장비 업체가 지역사회의 보건 증진 봉사활동을 하면서 의료장비 판매로 연결하기도 하는 것이 그 사례다.

롯데홈쇼핑은 홈쇼핑 채널을 기부 방송으로 이용해 공정무역, 친환경 소비를 촉진하고 사회적 기업을 돕는 ‘러브 앤 페어’를 2011년부터 방송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매달 두 번 이상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신한어린이 금융체험교실’을 열고 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는 자녀 경제교육도 한다. 경기 안성시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을 위해 매달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금융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


협력사·지역사회와 손잡고 성장하는 기업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의 독자적인 사업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보다 영리하게 체계적이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정부나 학교, 지자체를 통하면 보다 효율적인 지원활동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효과도 극대화해 기업이 사회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패션 브랜드 EXR는 저개발국가 지원단체 플랜코리아와 손잡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저개발 국가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레시브 학교’를 세우고 있다. AIA생명은 2010년부터 한국기아대책과 손잡고 문화 혜택을 누리기 힘든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선물하고 공원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하이킹을 즐기는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해야만 멀리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협력사와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에 사회공헌의 초점을 맞춘 기업들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향후 새로운 사회공헌의 지평으로 삼고 환경, 위생, 서비스 등 전통시장의 취약한 부분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전통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역량이 우수한 협력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방폐물관리공단은 지역과 공생발전하기 위해 2009년 출범한 이후 채용인원의 20%를 경주지역 주민을 우선 채용해왔다.

SK건설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하도급 거래를 정착시키기 위해 협력업체들과 현장 품질안전 관련 프로그램, 분과 간담회, 정기총회 등 정례적 프로그램을 운영할 뿐 아니라 금융자금 지원, 대금지급 조건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사회공헌 활동, 기업 단기 실적보다 사회의 영향력 평가 ▼


‘사회공헌 사업은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최근 새 정부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실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공헌 사업의 전문가들은 사회공헌 활동이 양적·질적으로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단기 실적을 알리기보다는 ‘영향력’을 평가해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소비자들도 기업을 평가할 때 단순 실적보다는 사회공헌 활동이 얼마나 사회를 변화시켰는지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이 사회에 미친 장기적인 ‘영향력’을 더 중요한 평가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사회공헌을 일반 사업처럼 단기성과에 집중하면 긴 안목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 지멘스는 사회공헌 사업을 평가할 때 △투입 △실적 △성과 △영향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이동병원 사업을 통해 진료한 인원이나 깨끗한 물을 공급한 실적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업을 통해 질병이 예방되거나 지역사회가 재활할 수 있는 성과와 사업의 영향력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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