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하는 공기업]연금 관리·운용만? 동반성장 모델 만들기에도 앞장!

동아일보

입력 2013-04-02 03:00 수정 2013-04-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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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공단

어릴 적 뇌출혈을 앓아 왼쪽 손과 다리가 마비된 이단비 씨(23). 그는 고등학교 시절 카페 사장이 되는 게 꿈이었다. 몸은 불편하지만 누구보다 맛있는 커피를 손님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창업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고교 졸업 후 사무직으로 일하던 2011년 이 씨는 여성들의 창업을 돕는 여성가족지원네트워크를 통해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카페를 열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얘기였다. 연금공단은 이 씨를 비롯해 여성 3명에게 서울 송파구 연금공단 본사 사옥 1층 한 칸을 내줬다. 카페를 차릴 수 있는 공간을 무상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에스프레소머신, 제빙기 같은 기기도 갖춰줬다. 이 씨는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한 커피를 만들겠다는 의미에서 카페 이름을 ‘36.5’라고 지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연금공단의 존재조차 몰랐는데…. 이곳이 제 꿈을 실현해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지요.” 카페 36.5는 약 600만 원의 월 매출을 올리는 건실한 사업체로 성장했다. 매출의 약 10%는 저소득가정 청소년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동반성장에 앞장

길을 가는 사람에게 ‘연금공단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아세요?’라고 묻는다면 다수는 ‘연금 기금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공기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연금공단이 단순히 연금 운용만 하는 건 아니다. 중소기업 지원사업, 저소득층의 자활을 돕는 협동조합 육성 등 동반성장 모델을 만드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카페 36.5와 같은 협동조합 육성사업이다. 연금공단은 서울 본사뿐만 아니라 지난해 4월 대전점을 개장했다. 4월 중에는 대구 3호점도 열 계획이다. 전광우 연금공단 이사장은 “사회책임경영은 사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공기업도 동반성장에 앞장서야 한다. 카페 36.5는 그 성공모델이다”고 강조했다.

연금공단은 협력업체들과의 다양한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금직불제를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간업자를 없애고 하도급 업체와 직접 자금거래를 해 거래금을 미지급하는 요인을 차단하고 나섰다. 2011년부터 사업에 참여한 협력업체의 72%에 직접 공사대금을 내줘 거래를 간소화했다. 대금 전산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중소협력업체 고민 듣는 두드림센터

연금공단은 우수한 자산운용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예비운용사제도’를 2011년 도입했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 근무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인력을 조기에 발굴해 후보 기금운용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는 진입장벽이 높아 메이저 회사에 진출하는 데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

지난해부터는 협력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적극 지원하는 ‘두드림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협력업체인 한국IT진흥원과 이글루시스템이 두드림센터를 통해 구인난을 호소하자 연금공단은 취업박람회 참석을 지원하는 등 해소 방안을 마련해줬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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